산업 산업일반

'도전' 택한 이재용, 반도체 美조직 격상·세트 통합 '뉴삼성' 닻 올렸다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07 15:10

수정 2021.12.07 15:1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UAE(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으로 출장 떠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UAE(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으로 출장 떠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미래 세상과 산업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우리의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7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2022년 사장단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 삼성에 대한 의지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대부분의 인사를 유임하며 '안정'을 택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이 부회장은 4년 만에 반도체와 가전, 모바일 수장을 한꺼번에 물갈이하는 세대교체 카드를 단행했다.
회장, 부회장, 사장 승진으로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과감한 조직개편으로 뉴 삼성의 전열을 정비하는 등 미래 준비에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계열사 출신 최초 부문장 탄생, 미주 조직 강화
이날 삼성전자는 회장 승진 1명,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3명,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총 14명이었던 지난 2017년 11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당시도 3명의 사업부문장이 동시에 교체된 바 있다.

회사는 김기남 반도체·부품(DS) 부문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종합기술원으로 이동, 미래기술 개발과 후진 양성에 전력을 기울이도록 했다. 종합기술원은 삼성전자 '최첨단 기술혁신의 인큐베이터'로 불리는 곳이다. 김 회장은 이곳에서 미래혁신 기술 개발을 총괄 지휘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 반도체의 초격차 신화를 이끌었던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전 회장)도 DS부문장 이후 회장으로 승진, 종합기술원으로 발령된 바 있어 김 회장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후임 DS부문장이 된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가장 뜻밖의 인사라는 반응이다. 경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개발실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삼성전기 사장으로 승진해 회사를 옮겼는데, 다시 삼성전자로 복귀한 경우다. 지금까지 경 사장처럼 계열사 사장으로 갔다가 사업부문장으로 복귀한 사례는 없었기 때문에 내부에선 '화려한 부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20조원을 들이는 미국 텍사스 파운드리(위탁생산) 신규라인 투자를 확정한 가운데 이번 인사에서 반도체 미주총괄 조직이 부사장급에서 사장급으로 격상된 것도 주요 포인트다. 삼성전자는 DS 미주총괄 자리에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을 보내 신규라인 건설 등 중책을 맡길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미주총괄로 옮기는 강 사장은 시스템반도체 기술력과 글로벌 비즈니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신기술 발굴과 신시장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년 만에 세트조직 통합 "시너지 극대화"
조직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그동안 DS, 소비자가전(CE), 모바일(IM)로 나뉘어 있던 사업부문을 DS와 세트 2개로 재통합하는 것이다. 한종희 신임 부회장이 세트 사업 전체를 이끌며 전사 차원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았다.

삼성전자가 CE와 IM을 통합하는 건 10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2011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세트부문을 CE와 IM으로 분리했다. 당시는 세계 1위였던 TV와 스마트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였다. 이후 10여년간 삼성 TV와 스마트폰은 정상의 자리를 계속 지켜왔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제품간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사물인터넷(IoT) 등 연결성이 부각됐고 삼성전자는 두 사업의 시너지를 위해 조직을 다시 합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무선사업부에 진행된 자체 경영진단 결과도 이런 조직개편에 힘을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세트사업은 통합 리더십 체제가 출범, 조직간 경계를 뛰어넘는 전사 차원의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며 "고객경험 중심의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컨트롤타워 구축 등 여러 추측이 있었으나 삼성전자는 정현호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내년에도 사업지원 전담팀(TF)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장단 인사에 이어 부사장 이하 2022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이번주 중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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