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이재용 "냉혹한 현실" 발언 후…삼성전자 '미래 준비' 파격 인사

기사내용 요약
사업부문 수장 전원 교체…안정 대신 세대교체
전문가 경영 시동…체질개선·시너지 등 경영 화두
미래 준비 가속화…정현호 사업지원TF 팀장 승진

이재용 "냉혹한 현실" 발언 후…삼성전자 '미래 준비' 파격 인사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중동 지역 출장길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21.12.06.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가 반도체, 가전, 모바일 등 3개 사업 부문 수장을 모두 교체한 배경은 '미래 준비'를 위한 세대교체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최대 매출 달성이 가시화됐지만 반도체 업계의 합종연횡, 중국 세트·부품 업체들의 추격 등 글로벌 경영 환경은 갈수록 녹록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미국 출장 직후 "시장의 냉혹한 현실에 마음이 무겁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위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초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 방향은 안정 기조로 흐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최근 180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최근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연공 서열 파괴 등 성과주의 인재 등용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미래 준비'에 대한 초조함이 읽힌다.

7일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회사 발전에 크게 기여한 부회장·사장을 회장·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주요 사업의 성장과 회사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부사장들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성과주의 인사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DS(반도체) 부문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이 맡았다. 1963년생인 경 사장은 전임 김기남(1958년생) 회장 승진자에 비해 5년가량 젊다. 오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뛰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의 세대교체성 인사로 보인다.

경 사장은 특히 지난해부터 삼성전기 사장을 맡아 회사의 체질 개선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지난 2019년 4분기 분기 순손실을 낼 정도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이후 경 사장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경연성회로기판(RFPCB) 등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 분야를 과감하게 접은 것이나, 삼성전자 대신 애플이나 샤오미 같은 글로벌 공급처를 확보해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를 낮추는 등의 리더십을 발휘한 점도 이번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 사장을 새로운 수장을 맞아 삼성전자 DS부문은 부품 사업 전반의 혁신을 도모할 전망이다. 경 사장은 또 D램 설계, 플래시(Flash)개발실장, 솔루션(Solution)개발실장 등을 역임하며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 초격차 지속이라는 중책도 맡게 됐다.

이와 함께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의 부회장 승진도 주목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분할됐던 세트 사업을 10년 만에 다시 통합하기로 결정하고, 통합 수장으로 한 부회장을 선임했다. 한 신임 부회장은 TV 개발 전문가 출신이다. 앞으로 CE(가전), IM(모바일) 등 2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던 세트(SET) 사업을 통합해 이끈다. 그는 2017년 11월부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아 TV사업 15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등 뛰어난 리더십과 경영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TV 사업을 통해 검증된 역량을 토대로 모바일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을 돌파하기 위한 공급망 관리 개선 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또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디스플레인 QD디스플레이(QD-OLED) 패널 양산에 뛰어 들면서, 삼성전자의 OLED TV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한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그가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리는 세계 최대의 IT·가전 박람회인 CES 2022를 통해 공식적으로 데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가전·TV·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면서 전사 차원의 신사업과 신기술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업지원TF 팀장이었던 정현호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해 안정적인 사업지원과 미래 준비에 더욱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재계에서는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활' 등 여러 추측이 돌았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이재용 부회장은 정 부회장에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기 위한 미래준비 역할을 맡겼다.

정 신임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모든 컨트롤타워 조직을 거친 전략·기획통이다. 그는 이병철 창업주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해 구조조정본부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사업지원TF 등 삼성그룹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미래전략실 해체 후 2017년 임원직에서 사퇴했으나, 2018년 사업지원TF로 복귀했다. 사업지원TF는 전략·인사 등 2개 기능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및 관계사의 공통 이슈 협의, 시너지 및 미래사업 발굴 등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는 특히 이 부회장을 전방위적으로 보좌하는 중책을 맡아왔다. 이번 정 부회장의 승진은 사업지원TF의 역할 중 특히 미래사업 발굴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삼성전자 측은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