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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왕조마저 기우나 [성일만의 핀치히터]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07 14:58

수정 2021.12.07 14:58

[파이낸셜뉴스]
두산 외야라인의 핵심 박건우. /사진=뉴스1
두산 외야라인의 핵심 박건우. /사진=뉴스1


두산 그룹은 지난 달 두산건설을 매각했다. 체중을 줄여 주력 업종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엔 이천의 베어스파크를 팔았다. ‘화수분 야구’의 요람이 되어온 곳이다. 재 임대 과정을 거쳐 계속 사용하고 있다.

베어스파크 매각으로 마련된 돈은 전력 유지에 활용됐다.
들썩거리던 팀 내 FA(자유계약선수) 허경민과 정수빈의 엉덩이를 주저앉혔다. 그 과정에서 총액 141억 원을 썼다. 덕분에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두산은 올 겨울 다시 절박함 위에 서 있다. ‘대포’ 김재환(33)과 ‘전차’ 박건우(31)가 FA 시장으로 나왔다. 김재환은 2021년 홈런 27개를 때렸고 102타점을 기록했다. 박건우는 타격 5위(0.325)에 오른 호타준족(13도루)이다.

둘 다 잡아야 마땅하지만 시장 가격이 만만찮다. 베어스의 실탄 사정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두산은 2015년부터 왕조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두산 왕조는 김현수(2016년) 민병헌(2018년) 양의지(2019년) 오재일 최주환(이상 2021년)을 차례로 잃으며 굳건했던 기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공백은 화수분이라는 놀라운 복원력을 통해 메워졌다. 김현수, 민병헌의 자리엔 박건우, 정수빈이 새로 등장했다. 가장 뼈 아파한 양의지의 공백도 박세혁으로 거뜬했다. 포수는 속성 재배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두산은 최고 포수의 자리를 메울 대타를 마련했다.

두산의 홈런포 김재환. /사진=뉴스1
두산의 홈런포 김재환. /사진=뉴스1


그러나 화수분은 무한정 새 품종을 내놓진 못한다. 두산이기에 이만큼 해냈다. 다른 구단 같으면 벌써 무너졌다. 자체 내 개발이 어려우면 외부 수혈을 통해서라도 메꿔냈다. LG에서 트레이드해온 양석환이 좋은 예다.

2020년 홈런 3개에 그친 양석환은 두산으로 옮겨 28개의 아치를 그려냈다. 김승회, 배영수, 권혁 등 노쇠한 어깨들을 영입해 요긴하게 활용했다. 하나 같이 두산 왕조 유지에 한 몫을 했다.

올 겨울에도 임창민과 김지용 두 투수를 수혈했다. 흔들리는 불펜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지갑을 많이 연 것도 아니다. 둘의 연봉을 합쳐 봐야 1억 8000만원이다. 과열 조짐을 보이는 FA 시장에 비하면 한참 싸다.

하지만 김재환과 박건우 둘 다를 놓치면 내년 두산왕조는 급격히 몰락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은 올 해 승률 4위(0.522)로 간신히 가을 야구에 승차했다. 기적처럼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올라가는 과정에서 누적된 피로감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KT에 4전 전패로 물러났다.

공교롭게도 김재환과 박건우는 같은 에이전트에 소속돼 있다. 두산은 최근 둘의 에이전트와 첫 면담을 가졌다. 아직은 입질 단계다. 한화 포수 최재훈이 5년 54억 원으로 스타트를 끊은 FA 시장은 끓어오르기 직전이다.

이 전 외야수들의 대형 계약 예도 두산에겐 부담이다. 김현수 115억 원, 손아섭 98억 원, 최형우 100억 원이었다. 쉽지 않은 금액이다.
그렇다고 김재환과 박건우가 빠진 두산 타선은 상상하기 힘들다. 상대 팀으로 가면 꽤 큰 플러스 요인이다.
2022시즌 두산의 왕조 유지가 쉽지 않아 보인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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