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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세대교체의 빛과 그림자

[강남시선] 세대교체의 빛과 그림자
'37세 상무…45세 부사장'.

연말 대기업의 인사 태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의 세대교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세대교체 인사는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올해 유독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세게 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까지만 해도 정부의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다시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연달아 7000명 내외를 넘나들고, 1만명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 각국이 다시 문을 걸어 잠그면서 내년에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미국, 중동 출장길에서 돌아오면서 이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출장 이후 "냉혹한 현실에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전 세계 각계 전문가들과 만나 세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각 나라나 산업들에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전했다.

전 세계가 전대미문의 코로나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세대교체를 통해 혁신과 쇄신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직급 파괴를 통해 최고경영자(CEO) 풀을 대폭 확대한 것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무와 부사장 직급을 통합해 현재 68명인 부사장을 200여명으로 확대해 나이와 연차에 상관없이 능력만으로 CEO를 발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끼인 세대는 착잡한 마음일 수밖에 없다.

최근 만난 1970년대생 대기업 간부의 푸념은 남의 일 같지 않다. 그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로 가장 인구가 많은 연령대에 태어나 IMF 때 어렵게 취업해 1960년대생 선배들 밑에서 오랜기간 상명하복에 단련된 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면서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MZ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과 Z세대)의 눈치를 보다가 이제는 밀려날 위기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철저한 성과주의와 세대교체는 위기상황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이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위기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 물론 이 같은 변화가 조직에 자극을 주고 때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제품으로 이어져 실적을 견인해 위기를 돌파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과도한 성과주의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급급해 단기적인 성과에 그치거나 자칫 개인주의로 흘러 조직의 단합과 시너지를 저해하고, 이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대교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세대 간 융합을 통해 성과로 이어지는 문화가 정착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hjkim@fnnews.com 김홍재 산업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