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2022대선지식창고] 이곳의 신스틸러는 접니다

조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1 15:26

수정 2021.12.21 18:05

국민의 '심(心)스틸러'가 되고 싶었죠! 
시선을 사로잡았던 역대 대선 후보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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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장면을 훔치는 사람' 신스틸러. 신스틸러는 영화, 드라마 등에서 훌륭한 연기력이나 개성, 카리스마 등으로 주연 못지않게 주목 받는 조연을 의미합니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나 한미녀야!”라는 절규를 남긴 한미녀역의 배우 김주령도 신스틸러로 이름을 날렸죠.

시리즈의 감초 신스틸러가 오래 기억에 남듯,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남겨 아직까지 회자되는 후보들이 있습니다. 선거 때마다 '미친 존재감' 보여 주며 어렵게만 느껴지던 정치에 기분 좋은 긴장감을 불어 넣은, 역대 신스틸러 대선 후보들을 만나볼까요?

1. 진한 콧수염 밑으로 예측 불허 공약이 콸콸콸!
'코리안 수염' 제7대 대선 후보 진복기
유쾌한 걸음, 새까만 콧수염…
또 봐요 미스터 채플린!
- '모던 타임즈' 아이유

1971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캐릭터가 나타났습니다. 영국의 유명 배우 겸 감독 찰리 채플린을 연상케 하는 콧수염에 눈길이 절로 가는 진복기 후보입니다. 제7대 대선 후보로 출마한 그는 자신을 '코리안 수염'이라 칭했죠. 국민도 인정한 '레전드' 유명 인사입니다. 제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진복기의 소속은 정의당이었습니다(현재 심상정 후보가 속한 정의당과 이름만 같을 뿐, 다른 정당!).

진복기는 1971년 제7대 대선에서 기호 6번으로 출마하며 정치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전쟁을 통해 남북통일을 이루겠다는 공약, 신안 앞바다에 숨겨진 보물을 발굴해 모든 국민을 부자로 만들겠다는 공약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는데요. 실제로 박정희, 김대중에 이어 득표수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76년에는 실제로 신안 앞바다에서 해저 유물이 대량 발굴되면서 한 번 더 회자 되었죠.

직선제 개헌 이후 진복기는 기독성민당 등을 창당해 지속해서 정치에 도전했습니다. 1987년, 1992년, 1997년에 출마를 '선언'했는데요. 1992년 대선 때는 기독성민당의 당원 수와 선거 자금 규모를 묻는 기자들에게 "적들이 알게 되면 선거에 차질을 빚게 된다"며 대답을 회피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돌연 불출마로 입장을 바꾸었죠. 결국 그의 대선 도전은 1971년 한 번에 그쳤습니다.

2. 임진왜란에서 활약한 승려처럼, 불심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한 승려
불심으로! 대동단결! 제16대 대선 후보 김길수

대선 후보 중에는 종교의 힘으로 나라를 평화롭게 만들고자 했던 후보들도 있었는데요. 불교 색채를 드러내며 대선에 출마한 김길수 후보에 대해 알아봅니다.

김길수는 2002년 제16대 대선에 출마한 호국당 소속의 후보로, 승려 출신입니다. 법명은 '법륜'이며,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법륜사의 주지를 역임했습니다. 김길수가 출마 선언을 할 즈음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이 종영했는데요. 김길수는 <태조 왕건> 속 승려 '궁예'의 인기에 힘입어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는 다른 후보들과 확연히 다른 태도로 대선에 임했습니다. 제16대 대선 토론에서 후보들이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할 때, '저는 대통령이 안 되겠지만…', '(저를)안 뽑아 주셔도 됩니다.'라고 말하는 등 해탈한듯한 태도를 보여 보는 국민을 당황케 했습니다. 독보적인 노선을 탄 그, 아쉽게도 대선 결과 전체 5위(51,104표, 전체 투표율의 0.2%)에 그쳤습니다.

3.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대선 3수생, 세 글자로 설명 가능한 '허본좌' 허경영


ⓒ뉴시스, 2021년 8월
ⓒ뉴시스, 2021년 8월

허경영은 자신의 아이큐가 400이 넘으며 공중부양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화제가 됐던 대선 후보입니다. 1997년 제15대 대선부터 출마해온 그는 이번 20대 대선에 3번째로 출마합니다. 이번에도 자기소개만큼 독특한 공약을 내세우며 유명세를 떨치는 중이죠.

20대 대선 출마를 위해 그는 ▲18세 이상 코로나19 긴급생계지원금 1억 원 지급 ▲18세 이상 국민배당금 매달 150만 원 지급 ▲여성부, 통일부 폐지 후 결혼부 신설 등 총 33개의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국회의원 전원 정신교육대 입소'라는 발언은 많은 국민을 웃프게(?)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허경영은 선거 유세에 있어 여타 후보와 다른 움직임으로 젊은 연령대에게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는 유세 기간 젊은 세대가 사랑하는 '핫 플레이스'인 홍대, 이태원 등에 꾸준히 등장했습니다. 지지자들과 다정히 사진을 찍거나, 처음 보는 시민에게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를 외치곤 했죠.

그는 제19대 대선을 40여 일 앞두고 '좋은 세상'이라는 음원을 발매해 가수로서의 면모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인기에 힘입어 2013년에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4차원 하숙생으로 특별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전력을 다해 전 국민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한 허경영. 이번 대선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관심을 유도할까요? 최근 '대통령예비후보허경영사무소'에서 홍보 전화가 걸려왔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그 전화가 기다려지는 것은 왜일까요?
결과는 가봐야 아는 법, 끝까지 간다!
”난 정해진 운명을 꼭 바꿀 거야.
언제까지 엑스트라로 남고 싶진 않거든.”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中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선에서는 역사 깊은 정당 출신의 후보들이 주로 선출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소수당 출신 후보의 활약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의 공약이 잠시나마 민심을 위로했기 때문 아닐까요? 금세 사라질지라도 화려하게 반짝이는 혜성처럼 말이죠. 이번 대선은 어떨까요? 이번에도 빨간색과 파란색을 두고 싸우는 두 주연 중 한 명이 우승할까요, 아니면 조연의 대역전극이 펼쳐질까요? 그 결과는 여러분의 관심과 투표에 달려 있습니다.

cyj7110@fnnews.com 조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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