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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맞은 자, 못 맞은 자, 안 맞는 자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9 18:42

수정 2021.12.19 18:42

[강남시선] 맞은 자, 못 맞은 자, 안 맞는 자
지난해 12월 8일 영국은 전 세계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이 줄줄이 대열에 동참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2월 26일에야 첫 번째 백신접종이 이뤄졌다. 개발기간이 1년도 채 안 되는 '초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했으나 대다수 사람들은 백신이 바이러스의 습격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거라 믿었다.

첫 번째 백신접종 이후 꼭 1년이 지났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19 백신의 '종주국'으로 꼽히는 미국은 지금도 하루 15만명 가까운 확진자가 나온다. 누적 사망자가 80만명을 넘는다. 미국의 백신접종률은 선진국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60% 수준에 그친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던 K-방역도 위기다. 백신접종률이 80%를 웃돌지만 확진자는 연일 사상 최대치다. 중증 환자가 늘어 병상은 턱없이 부족한 지경이다. 조만간 하루 확진자가 1만명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 세계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약 30억명이 아직 백신을 한 차례도 접종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맞고 싶어도 못 맞은, 코로나19 백신을 구경조차 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백신이 넘쳐도 안 맞는 미국 등과는 전혀 딴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자와 못 맞은 자, 안 맞는 자로 갈라진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 델타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모두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백신접종률이 낮은 나라에서 나왔다. 자칫 이 같은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방역패스 도입 등으로 백신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백신접종을 강제하는 듯한 정부의 태도에 반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백신을 둘러싼 가짜뉴스가 판을 치면서 불신을 키우고 있다. 백신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부작용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정부 탓이 크다.

정부도 할 말은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처음 나오고 다른 나라에서 백신접종을 시작하자 "백신을 못 구해온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들여와 접종을 시작하자 "화이자 백신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어렵게 화이자 백신, 모더나 백신을 가져왔더니 이번에는 "백신이 위험하다"며 접종을 거부한다.

언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이 그 시기를 지연시키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1년이면 정복할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지금으로선 백신과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리의 믿을 구석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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