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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화폐액면단위 변경 검토할 때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1 18:00

수정 2021.12.21 17:59

[fn광장] 화폐액면단위 변경 검토할 때다
오징어 게임으로 포털사이트인 구글에서 원화 환율에 대한 검색 건수가 폭증했다 한다. 세계인들은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한 번 놀랐고, 한국 원화 단위가 미국 달러의 1200분의 1밖에 되지 않아 또 한 번 더 놀랐다고 한다. 특히 미국인에게 '100만' 달러이면 새집을 두 채나 살 돈인데(지난 10월 신규주택 평균 가격이 48만달러였다), 한국의 100만원이 1000달러보다 적은 금액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리디노미네이션(화폐액면단위 변경)을 검토할 시기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의 액면 표시 단위가 너무 커졌다. 지난 6월 말 우리나라 전체 금융자산이 2경2132조원이었다.
'경'이란 숫자에는 '0'이 16개나 들어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1933조1524억원으로 이전에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던 1962년 GDP(3659억원)보다 5284배나 증가했다.

둘째, 리디노미네이션을 하면 비용도 발생하지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내수를 부양할 수 있다. 예들 들면 금융회사의 현금지급기나 소프트웨어 대체비용이 들어가지만, 그 과정에서 2배 정도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있다.

셋째, 지하경제 양성화로 세수 증대도 기대해볼 수 있다. 지하경제는 추정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GDP의 10~25% 정도이다. 200조~5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넷째, 화폐 교환 과정에서 역시 세수가 늘 수 있다. 화폐발행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5만원권 환수율이 매우 낮다. 지난해 24.2%였던 환수율이 올해 3·4분기에는 16.1%로 떨어졌다. 새로운 화폐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소득신고와 세수가 증가할 것이다.

다섯째, 한국의 대외 위상 제고이다.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에 알려진 것처럼 원화 환율 단위가 지나치게 높다. 미국 1달러당 환율 단위가 1000을 넘는 통화는 거의 없다. 예를 들면 달러당 중국 위안이 6.4이고, 대만 달러는 28, 인도 루피는 75, 일본 엔은 114 정도이다. 한국은 세계 7대 수출강국이다. 세 자릿수 환율은 너무 높다.

우리나라는 1950년 이후 2차례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다. 첫 번째는 1953년 2월 15일 '대통령긴급명령 제13호'에 근거했다. 6·25전쟁으로 생산활동이 크게 위축된 반면, 거액의 군사비 지출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시기였다. 화폐단위를 '원'에서 '환'으로 변경하고 화폐 액면금액을 100대 1로 바꿨다. 2차 리디노미네이션은 1962년 6월 10일 '긴급통화조치법'으로 단행됐다. 화폐의 액면을 10분의 1로 조정하고 새로운 '원'으로 표시했다. 퇴장자금을 양성화해 경제개발계획에 필요한 투자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당시 화폐단위 변경의 주목적이었다.

코로나19 이후 내수가 크게 위축됐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지출을 늘린 결과 정부 부채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런 시기에 리디노미네이션은 내수를 부양하고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세수를 늘릴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이 우리에게 던진 하나의 화두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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