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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구?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3 18:27

수정 2021.12.23 18:27

[fn광장]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구?
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 상황이 심상치 않다. 인플레를 잡지 못하면 금융안정성을 해치게 되어 경제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그 어려움은 경제적 약자에게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11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전년동기 대비 6.8% 상승하여 39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생산자 물가지수 역시 전년동기 대비 9.6% 올라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다수의 기업들이 생산비용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여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므로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임금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운송비 인상 등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물가상승 요인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65년부터 1982년까지 17년간 무려 200% 이상 물가가 올랐던 '그레이트 인플레이션' 시대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되어 온 낮은 인플레가 1965년부터 올라가기 시작해서 1980년 15%까지 상승하였다. 1974년 미 대통령이었던 제럴드 포드는 당시의 인플레를 '가장 큰 적'으로 선언하고 이를 잡기 위한 국민절약운동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결국 폴 보커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를 최고 20%까지 인상하는 강력한 대응으로 3%대로 물가가 안정되었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온 물가가 코로나 대응과정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중앙은행도 통화완화 정책을 너무 오래 지속하면서 인플레를 초래하였다.

첫째, 코로나 대응과정에서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하였고 바이든 정부의 1조9000억달러의 경기대응책은 현금으로 지원되었다. 이것이 여행이나 외식과 같은 서비스 지출보다는 상품수요로 나타났으나 공급망 문제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원자재 가격도 올라 인플레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미 의회에서 논의 중인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추가적인 지출 확대는 경제를 과열시켜 인플레를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크다.

둘째, 미국 기업들은 생산비용 상승을 손쉽게 제품가격으로 전가하고 이윤 마진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시장 독점력이 강화되어 경쟁이 약화된 대부분의 섹터에서 나타나고 있다.

셋째, 미 연준이 통화정책 속도조절에 실패하였다. 작년도 코로나 상황에서 나타난 저물가에 기인한 기저효과는 몇 달 내에 없어지고 공급망 장애로 인한 병목현상도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물가상승이 일시적(transitory)일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1970년대와 같은 인플레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목표 물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호언하였다. 그러나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란 미 연준의 판단은 역사상 최악의 진단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정책대응이 늦어지면서 물가 상승이 지속(persistent)되고 있다.

다행히도 최근 연준은 입장을 바꾸었다.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발표문에서도 일시적이라는 용어를 삭제하였다.
테이퍼링을 가속화하고 금리인상 시기도 앞당길 가능성도 언급하였다. 이제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와 그 기대를 잡기 위해서는 테이퍼링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금리인상을 통하여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시기이다.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수행해야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신뢰성이 제고될 것이다.

최희남 前 한국투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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