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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시조 '조선 BTS'는?…중국·일본서 문인들 '인기'

뉴시스

입력 2022.01.08 06:00

수정 2022.01.08 06:00

기사내용 요약
18세기 양란 후 경제발전 힘입어 문예문화 부흥
겸재 정선·단원 김홍도, 중국 문인들 사이서 유명
17세기 통신사 수행 화원 김명국, 일본서 더 인기
'난설헌집' 인기에 중국서 '종잇값 상승' 얘기도
K-콘텐츠 저력은 '집단지성'에서 찾을 수 있어
'선을 넘는 녀석들' (사진=MBC TV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선을 넘는 녀석들' (사진=MBC TV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김진호 기자 = 한류의 시조인 '조선 BTS'는 누구일까?

한국국학진흥원은 '조선시대 BTS'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2022년 1월호를 발행했다고 8일 밝혔다.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팬데믹으로 혼란한 시기에도 방탄소년단(BTS)의 미국 LA공연은 공연장 사상 첫 매진기록을 세웠다.

'K-콘텐츠'로 불리는 K-게임 '도깨비', K-웹드라마 '킹덤' 및 '오징어게임'은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에서 강유현 작가는 '높은 문화의 힘'이란 글을 통해 문화의 황금기는 생활을 풍족하게 하는 여유로운 마음과 지갑에서 비롯된다는 원리를 조선시대 속 작품과 작가들을 통해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문화가 꽃피어 그 향기를 멀리 퍼뜨린 순간들은 이를 증명한다.

르네상스의 경우 금융을 바탕으로 한 피렌체의 경제력 위에서, '벨 에포크'는 산업혁명으로 형성된 막대한 자본 위에서, 미국의 '광란의 20년대'와 일본의 '다이쇼 로망'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비롯된 호황 위에 피어났다.


생활이 풍족해진 사람들은 상류층이 향유하는 예술 후원과 작품 구매에 뛰어들게 되고, 후원자가 많아지면 예술가들은 더 많은 작품을 창작하게 돼 신규 예술가들도 증가한다.

18세기 조선에서도 양란 이후 경제발전에 힘입은 문예문화가 부흥해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 등 독자적인 화풍을 구사하는 화가들이 등장했다.

그 배경에는 도화서에 대한 왕실의 관심과 자본을 축적한 특정 계층의 골동서화 취미의 확산이 있었다.

당대 중국 문인들의 취미와도 맞아떨어져 그림이 중국에서 유명해졌고, 그림을 구하려고 애썼기에 많이 그려졌다.

오늘날 정선의 그림이 많이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17세기에 통신사 수행 화원으로 갔던 김명국은 조선보다 일본에서 더 많은 인기가 있었다.

당대 일본에서는 달마도와 같은 선승화가 유행했다.

조선의 얼굴 '마상재' 모습 (만화=서은경 작가) *재판매 및 DB 금지
조선의 얼굴 '마상재' 모습 (만화=서은경 작가) *재판매 및 DB 금지
김명국의 화풍이 트렌드에 딱 들어맞아 일본인들이 글씨와 그림을 청하기 위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김명국은 사후 반세기나 지난 18세기가 돼서야 조선에서 재평가를 받았다.

김명국에 대한 재평가도 다양한 취향이 존중받을 만한 여유가 생겼기에 이뤄질 수 있었다.

김명국이 일본에 갔던 그 시기 아리타[有田]에서는 임진왜란 때 납치된 조선인 도공 이삼평이 도자기를 굽고 있었다.

일본의 국익 창출에 큰 공을 세운 이삼평은 죽은 뒤 도조(陶祖)로 모셔졌고, 가마를 만든 지 300년이 된 1916년 기념비를 세우고 도조제를 지낼 정도로 추앙받았다.

같은 해 조선에서는 고려자기의 아름다움에 반한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한 자기 애호가들은 도굴해 소유하거나 조선인 스스로 도굴을 직업 삼았고, 해당 작품들은 팔려나갔다.

침략을 막을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높은 문화의 힘'은 그저 약탈의 대상일 뿐이었다.

이문영 작가는 '정생의 연희일기'를 통해 일본인들이 감탄했던 마상재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선통신사의 마상재는 말을 타고 재주를 부리는 무술로, 정조가 편찬한 '무예도보통지'에도 실렸다.

서커스단을 흔히 '곡마단(曲馬團)이라고 불렀는데 그 이름의 유래도 마상재에서 왔을 정도로 그 곡예는 일본인들도 감탄했다.

시나리오 작가 홍윤정은 '미디어로 본 역사 이야기-내 손에 쥔 것이 의외로 휴지가 아닐지 몰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넷플릭스의 드라마 '오징어게임', '지옥' 등이 어디서도 보지 못한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아니다"고 말한다.

오히려 누구나 생각해 봤을 소재를 익숙한 방식으로 풀어내되 한국적 특수성을 '나, 지금, 여기'의 상황으로 조금 비틀어 발전시키는 힘이야말로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결정적인 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K-콘텐츠, K-컬처가 세계를 사로잡은 건 근래의 일이지만 16세기 알파걸(다방면에 남학생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여학생)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1589)이 남긴 일화도 별다르지 않았다.

'조선 통신사' 행렬 (만화=서은경 작가) *재판매 및 DB 금지
'조선 통신사' 행렬 (만화=서은경 작가) *재판매 및 DB 금지
허난설헌은 여성이면서도 '난설헌'이란 호와 '경번(景樊)'이란 자를 갖게 된 집안 환경에서 자랐지만 결혼 이후 그 인생이 달라졌다.

27세에 삶을 마감하면서 동생 허균에게 자신의 시를 모두 태워버리라는 유언을 남겼다.

차마 누이의 인생이나 마찬가지였던 시를 세상에서 지워버릴 수 없었던 허균은 외우고 있던 누이의 시를 다시 베껴 써 '난설헌집'이란 책으로 묶어 세상에 내놓는다.

허균은 이 책을 중국 사신인 주지번에게 주었고, 그녀의 시는 명나라에까지 알려졌다.

'난설헌집' 인기 때문에 당시 중국의 종잇값이 높아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일본에서도 출간돼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인용됐다.

작가는 만약 중국과 일본에서 '난설헌집'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면 현대의 우리는 난설헌을 지금만큼이라도 생각할까 하는 의문을 남긴다.


한류는 외부의 누구로부터 평가받기 이전에 우리의 역량을 믿고, 우리가 만족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만들어 가는 데서 시작한다.

그것은 멀리 있지 않고 이제껏 내 손에 쥐고 있던 것이 휴지가 아니라 보석일지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이번 호 웹진 편집장을 맡은 공병훈 교수는 "방탄소년단과 웹툰, 웹소설이 전 세계에 확산될 수 있었던 저력의 뿌리는 집단지성에서 찾을 수 있다"며 "이는 오랜 역사 속에서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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