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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전기차 진출 선언… 가장 뼈아픈 건 '지각생' 도요타 [글로벌 리포트]

글로벌 전기차 시장 지각변동
CES 무대 선 소니 요시다 회장
"車의 개념을 엔터테인먼트로 바꿀것"
20년간 절치부심 만든 시제품 공개
작년말에야 EV전환 발표한 도요타
글로벌시장 흐름 놓쳤다는 비판속
완성차 넘어 ICT 기업과 경쟁할 판
소니의 전기차 진출 선언… 가장 뼈아픈 건 '지각생' 도요타 [글로벌 리포트]
소니그룹이 지난 5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CES2022에서 공개한 전기차 시제품 '비전-S 02' AP뉴시스
소니의 전기차 진출 선언… 가장 뼈아픈 건 '지각생' 도요타 [글로벌 리포트]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
소니의 전기차 진출 선언… 가장 뼈아픈 건 '지각생' 도요타 [글로벌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글로벌 자동차업계 1위 도요타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야심찼던 '전기차(EV)시프트 선언'이 '구문'이 되기까지는 불과 22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게임, 엔터테인먼트, 이미지센서, 금융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소니그룹의 요시다 겐이치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2에서 자동차 업계에 일대 장면 전환을 예고하며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CES 무대 위 좌우로 배치된 2대의 소니카(시제품·프로토타입) 사이에 선 요시다 회장은 소니가 갖고 있는 이미지센서, 인공지능(AI), 로봇 기술, 엔터테인먼트 등이 소니카 실현에 최적화돼 있다며 "올봄 전기차(EV)를 사업화하기 위한 소니 모빌리티를 설립하겠다. 이것은 미래를 향한 대담한 행보"라고 강조했다. 객석에선 3~4초간 정적이 흘렀다. 줄곧 "전기차 시장 진출에 연기만 피우고 있다"고 비꼬았던 소니가 진짜 선언을 하자 놀란 나머지 박수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동시에 머릿속이 복잡해졌음은 물론이다. '전기차 시대, 누가 누구의 경쟁 상대가 될 것인가' '시장의 주도권은 누가 쥘 것인가'. 도요타, 폭스바겐, 벤츠 등 전통의 자동차 업종이 이종산업인 소니, 애플 등과 경쟁하는 '전기차 전국시대'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며칠간 충격을 흡수한 자동차 전문가들은 곧이어 "도요타의 아성에 위협이 되는 것은 테슬라가 아닌, 소니다"라는 전망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다른 시각에서는 소니가 도요타나 테슬라와 같은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시장으로는 가지 않고, 기업간거래(B2B) 시장에 머물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는 있으나 업종을 넘나드는 전기차 시장의 대추격전이 시작됐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 말은 세계 1위(신차 판매대수)인 도요타가 전기차 시장에서 추격자임과 동시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쫓기는 신세가 된 도요타

소니그룹 요시다 회장의 CES에서의 전기차 선언에 앞서 짚어볼 장면이 하나 있다.

소니의 전기차 진출 선언… 가장 뼈아픈 건 '지각생' 도요타 [글로벌 리포트]
지난해 12월 14일 도요타 배터리 EV 전략 발표회에서 도요다 아키오 사장. 로이터 뉴스1
소니의 전기차 진출 선언… 가장 뼈아픈 건 '지각생' 도요타 [글로벌 리포트]
지난해 12월 14일 도요타 배터리 EV 전략 발표회에서 도요다 아키오 사장. 로이터 뉴스1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14일. 전기차 지각생으로 불린 도요타의 '배터리, 전기차 전략 설명회'다. 일본 도쿄 고토구 '메가 웹'으로 불리는 도요타 쇼룸에서 개최된 이날 행사에서 도요타 사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LA오토쇼에서 처음 공개한 도요타의 순수 전기차 모델 'bZX4'을 필두로, 장래 출시할 15개종의 전기차 콘셉트카 등 총 16개 전기차 모델을 한꺼번에 끌고나와 병풍처럼 배치했다. 마치 '우리가 이렇게 전기차를 준비해 온 지 전혀 몰랐지?'라고 하는 듯한 깜짝 공개였다. 소니의 선언이 있기 전까지는 가장 센세이셔널한 장면이었다.

'가솔린차 제조를 접어달라'는 일본 정부를 향해 "이런 식이면 일본에서 차 못만든다"거나 "전기차로 가게 되면 10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으름장을 놨던 장본인이 바로 그였으나, 이날의 모습은 전기차 지각생에서 모범생으로 일대 전환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도요타 사장은 16개 종의 '전기차 병풍' 앞에 서서 "2030년까지 전기차를 연 350만대를 팔겠다. 전기차에 4조엔(41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도요타의 연간 신차 판매대수는 총 1000만대 정도다. 2030년이면 대략 1200만대까지 내다볼 수 있는데, 이 가운데 350만대(약 30%)를 전기차로 팔겠다는 것이다. 물론 70%는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카의 영역에 남아있다. 그렇다고 해도 기존 도요타의 행보를 비쳐볼 때 350만대는 큰 수치다. 현장에선 이런 질문이 이어졌다.

"사장(도요타 아키오)의 혼네(속마음)를 모르겠다. 당신은 전기차를 좋아하는가, 싫어하는가" "정말 전기차에 진심인 것이냐" 도요타 사장의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행보, '전적'이 있었기에 의구심이 여전했던 것이다.

도요타 사장은 "굳이 얘기하자면, 지금까지의 도요타 전기차는 흥미가 없었다. 지금부터는 흥미가 있다는 게 답이다"라고 했다. 그는 "(오늘 보여주지 않았는가) 이래도 전기차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한다면, 과연 어떻게 하면 (진정성)을 평가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과 일본 언론들은 "이제라도 다행이다"거나 "목표치를 30%에서 50%로 높여야 한다"는 훈수를 내놓았지만, 세계 자동차 시장 1위 도요타의 'EV 시프트' 선언은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었다.

이미 테슬라의 독주체제 속에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둥펑차 등 중국 전기차들이 이미 일본 국내 시장으로 치고 들어온 것이다.

도요타의 갑작스러운 EV시프트 선언도 사실상 위기감이 표현이란 시각이 많다. 하이브리드카에 집착한 나머지, 전기차로 가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조류를 외면했고 이대로 가다가는 '하이브리드 갈라파고스'에 갇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조류 급물살

이미 미국, 유럽, 중국 정부와 이들 국가의 자동차 기업들은 전동화 조류에 몸을 실었다. 2030년이 조류 변화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 유럽, 중국 등은 2030년을 전기차 전환의 1차 목표 지점으로 삼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난해초 2030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절반을 친환경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미국 내 전기차 인프라 투자에 약 8500억엔을 투자할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이산화탄소 제로 전략에 따라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비롯한 하이브리드카(HEV)도 조만간 퇴출시킬 계획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20년 10월 발표한 신에너지 자동차 로드맵 2.0을 통해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순수 전기차 50%, PHEV 50%로 내연기관 차량의 공백을 채우겠다고 공언했다. 전력 상황이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는 인도마저도 2030년까지 신차 판매를 모두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등 독일차들은 이에 2030년까지 전기차 전환을 선언했으며, 도요타의 최대 라이벌이라고도 할 수 있는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70종의 배터리 전기차(BEV)를 발매해 전체의 50%를 BEV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완성차 업계는 가솔린시대 '엔진'을 시장 장벽으로 삼았듯이, 이번에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통해 IT 등 이종산업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계산이다. 도요타는 2020년대 전반기에, 닛산은 2028년, 혼다는 2020년대 후반기에 전고체 기술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소니의 전기차 진출 선언… 가장 뼈아픈 건 '지각생' 도요타 [글로벌 리포트]
일본 소니그룹 본사 로고. 로이터 뉴스1
■20년간 칼 간 소니

도요타 사장의 전기차 시프트 선언이 있었던 지난해 12월, 요시다 회장은 주도면밀하게 전기차 선언의 타이밍을 저울질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CES 참가를 말리는 임원들의 건의를 뿌리치고 "새로운 이동공간의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면서 CES 참가를 강행했다. 과거 소니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시절부터 그는 "뭔가 움직이는 것을 만들자. 움직이는 것은 매력적이다"라고 읊었다고 한다. 이번 CES 참가에 앞서 진행된 소니그룹 임원회의에서는 "차의 가치를 '이동'에서 '엔터테인먼트'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사실 소니가 자동차 산업에 발을 담근 것은 20년 전부터다. 2001년 도쿄 모터쇼에서 도요타와 함께 공동개발한 미래 콘셉트카 'pod'를 선보였으며, 이후 소니 엔지니어들이 비밀리에 전기차 개발을 계속해왔던 것이다. '소니다운 미래차'를 만들기 위해 20년 동안 지난한 준비과정을 거쳤던 것이다. 그런 소니가 내세우고 있는 소니카의 콘셉트는 한마디로 거실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영화나 게임,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요시다 회장은 구체적인 전기차 출시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전기차의 움직임은 매우 빠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2025년 애플카 출시 전후로, 소니카 출시가 예상되며, IT기업의 전기차와 도요타, 폭스바겐, 혼다 등 완성차업계, 테슬라 등과의 경쟁도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니의 전기차 진출 선언… 가장 뼈아픈 건 '지각생' 도요타 [글로벌 리포트]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그룹 회장. AP뉴시스

이런 동시에 산업 간 경쟁 속에 기존 완성차 업계에서는 감원 칼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내연기관차 산업이 일자리 상당수도 사라지는 고용의 위기도 함께 닥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자동차 산업협회는 전기차 시대로 가게 되면 일본 내 총 550만개 일자리 가운데 10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미 일본 내에서 가장 먼저 전기차 전환을 선언한 혼다는 엔진 공장을 2025년 폐쇄하기로 하고, 2000명 이상을 감축하기로 했다. 전기차 전국시대가 산업의 질서는 물론이고, 고용 문제까지 뒤흔드는 일대 사건임은 분명해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