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사건의 재구성] 동거남 특정부위에 꽂힌 흉기…살인 도화선은 '틀니'

뉴스1

입력 2022.01.15 06:50

수정 2022.08.17 15:34

ⓒ News1 DB
ⓒ News1 DB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20년 11월9일 새벽 경기 의정부시의 한 주택 화장실에서 집주인 A씨(당시 59·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머리에 비닐봉지가 씌워지고 전신을 결박당한 참혹한 모습이었다.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의 동거인 임모씨(52·여)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임씨는 범행을 인정했지만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후회하거나 하는 감정은 전혀 없다"고 억울해했다. 임씨는 대체 왜 이렇게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까.

임씨가 사망한 A씨와 알게 된 건 지난 2018년으로, 두 사람은 2019년부터 A씨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방화 미수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임씨가 이듬해 9월 출소한 이후에도 동거는 이어졌다.

같은 집에 살면서 임씨는 A씨에 대한 앙심을 키우고 있었다. A씨가 툭하면 임씨를 구박하고 욕을 했다는 것이다.

앙심은 결국 범행으로 이어졌다. 사건 전날 A씨와 그의 지인, 임씨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A씨가 임씨의 틀니를 숨기고 돌려주지 않으면서다. 지인이 술기운에 잠든 사이, 임씨는 조용히 술에 취한 A씨를 따라 화장실에 들어갔다.

임씨는 약 2시간 동안 잔혹한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발견 당시 머리에 비닐봉지가 씌워진 채 허리띠, 전선 등으로 결박당해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왼손을 비롯한 온 몸에서 흉기에 찔리거나 베인 상처, 목이 졸린 흔적이 발견됐다. 특정 신체부위에는 흉기와 주방도구가 꽂혀 있었다.

수사 결과, 임씨는 "살려 달라"는 A씨의 말에도 범행을 멈추지 않았고, 심지어 A씨가 아직 살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벽돌로 머리까지 내리친 것으로 파악됐다.

임씨가 사건 발생 약 2개월 전 A씨의 얼굴을 수 차례 가격해 경찰 조사를 받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임씨는 당시에도 경찰에 A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하자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결국 살인 및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씨 측은 재판에서 알코올중독과 정신병력에 의한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반성하지 않는 임씨에게 징역 22년형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더 무거운 25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내용과 수법을 볼 때 죄질이 안 좋다"며 "'범행을 저지르긴 했지만 내가 대가를 치러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반성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 외에도 폭력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고 이 사건 범행도 이전 범행으로 형의 집행이 종료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1심이 선고한 징역 22년이 가볍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