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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엉터리 세수예측에도 문제의식 없는 기재부

뉴스1

입력 2022.01.15 07:05

수정 2022.01.15 07:05

한종수 기자 © News1
한종수 기자 © News1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지난해 거둬들인 세금이 예상보다 60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역대급' 세수 오차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재정운용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에 초과세수를 활용하지 못하고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까지 벌어졌음에도 세제당국의 문제의식은 커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추경 당시 기획재정부가 본예산 대비 31조6000억원을 초과세수로 반영할 때만 하더라도 세수 예측 오류 문제는 불거지지 않았다. 사실 이 자체도 상당한 차이였으나 예상보다 강한 경기 회복세를 쉽게 예측하긴 어려웠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7월 추경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추가 초과세수 발생 가능성이 다시 제기됐다.
다소 보수적이던 기재부는 약 10조원을 추가 초과 세수로 인정했고, 이보다 더 많다는 지적이 또 나오자 손바닥 뒤집듯이 19조원으로 다시 고쳤다.

13일 발표한 기재부의 '월간재정동향 1월호'을 보면 지난해 1~11월 세수입 규모는 전년 동월 대비 55조6000억원 늘어난 323조4000억원이다. 12월에 걷힐 세수입까지 고려하면 세입 규모는 최소 340조원을 넘어선다. 본예산 편성 당시 최초 전망치(282조7000억원)와 상당한 차이다.

이렇게 되면 초과세수는 2차 추경 대비 최소 26조원, 본예산 대비로는 58조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 세수 오차율로 따지면 본예산 대비 약 21%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수 전망은 1년 뒤에 세금이 얼마나 걷힐지 예측하는 작업이다. 일부 오차는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오차 폭이다. 5% 또는 10% 이내라면 비교적 양호하다고 볼 수 있지만 20%가 넘는다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에 세수 오차율이 20% 이상 차이가 나버렸다. 수출 호황, 부동산값 상승 등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이 전개된 점을 감안해도 정부의 예측 오차 범위는 지나치게 크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경제부총리는 연달아 공식 사과했다.

세수 예측 실패는 정부의 재정 운용 효율성을 떨어트리는 것은 물론 정부 신뢰를 허물 수 있다는 점에서 허투루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정확한 세수 추계가 뒷받침돼야 1000조원에 육박하는 나랏빚을 어떻게 갚아나갈지 설계할 수 있고, 세금을 많이 거둔 만큼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경제 선순환이 되니 재분배 정책에도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잘못된 세수 추계로 14조원 규모의 올해 첫 추경 재원은 초과 세수를 활용하지 못하게 됐다. 초과세수를 쓰려면 오는 4월 국가 결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세수 추계가 제대로 됐더라면 지난해 '소득 하위 88%' 기준으로 지급된 5차 재난지원금 결정 당시 전국민 대상 지급안을 주장한 여당과 정부 간 갈등이나 여당의 '고의적 세수 축소' 의혹에 따른 국정조사 소란까지 벌어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쯤되면 기재부는 세수 전망 능력 부족을 인정하고 전문가를 채용한 추계 작업, 또는 민간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안 등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반복되는 주먹구구식 세수 예측을 이대로 두기엔 우리 경제 규모와 재정의 중요성이 너무 크다.

하지만 기재부의 문제의식은 크지 않아 보인다.
책임을 져야 할 세제실의 최고책임자는 국유재산관리를 전담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차기 사장으로 지원하는 등 영전 코스를 밟을 준비나 하고 있고, 부총리와 차관 역시 '송구하다'는 말 한마디로 매듭짓는 분위기여서 씁쓸함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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