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길어지는 파업에 깊어지는 택배기사 한숨…"응원하나 당장 먹고살아야"

뉴스1

입력 2022.01.15 07:19

수정 2022.01.15 07:19

14일 오전 서울 동남권물류단지에 택배 상자가 가득 쌓여있다. © 뉴스1
14일 오전 서울 동남권물류단지에 택배 상자가 가득 쌓여있다. © 뉴스1


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구성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CJ대한통운의 사회적합의 불이행 정부-더불어민주당 문제해결 촉구 100인 단식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구성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CJ대한통운의 사회적합의 불이행 정부-더불어민주당 문제해결 촉구 100인 단식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파업 응원하죠. 하지만 당장 먹고살아야 하니까."

14일 새벽 서울 송파구 동남권물류단지에서 만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40대 김모씨는 택배노조 총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조심스레 답했다.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는 택배노조 총파업에 노조원이 아닌 김씨는 말을 아꼈지만, 파업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씨는 "이렇게 추운 날에도 다들 열심히 산다"며 "그런데 형편은 나아지지 않으니 파업에 나선 것 아니겠냐"라고 반문했다.

이날 동남권물류단지가 있는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기온은 오전 6시 기준 영하 13도, 체감온도는 영하 16도까지 떨어졌다. 물류단지 내 직원들은 두꺼운 패딩에 모자를 쓰고 방한용 복면과 귀마개, 장갑으로 온몸을 무장했지만, 뚫고 들어오는 강추위에 벌벌 떨고 있었다.

물류단지 안 편의점 앞에는 직원들이 모여 따뜻한 커피와 핫팩으로 몸을 녹이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여기저기서 담배연기가 용솟음치듯 뿜어져 나왔다. "손발이 따갑다"며 손을 흔들거나 발을 구르는 이도 있었다.

날이 밝아오자 수십대의 대형 트레일러 수송차량과 각종 화물차, 트럭이 모여들었다. 차량 머플러에선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매캐한 매연이 단지를 뒤덮기 시작했다. 내부에선 차량소음과 경적소리, 컨베이어 벨트 소음이 뒤섞여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컨베이어 벨트 끝에는 수백, 수천 개의 택배상자들이 쌓여 있었고, 형광색 조끼를 입은 근로자들이 분류작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땀 흘리며 일하던 한 외국인 근로자의 몸과 머리에선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흡연 중이던 한진택배 택배기사 30대 강모씨는 "안타깝고 남일 같지 않다"면서도 "설날 대목 앞두고 물류 쏟아질 텐데 감당이 안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강씨는 "수입이 끊기니까 파업에 참여하는 건 어렵지만 택배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힘쓰니까 개인적으론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배송목록을 확인 중이던 한진택배 택배기사 40대 연모씨도 "하루만 일을 안 해도 타격이 크다"며 "파업에 참여는 못하지만 속으론 응원한다"고 말했다. 연씨는 "좋지 않은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건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냐"며 "다만 (우리가) 못 도와주는 게 미안할 뿐"이라고 밝혔다.

공회전 중인 차량 안에서 대기하던 택배기사 30대 이모씨는 "택배기사가 돈을 잘 번다는 건 과장됐다"며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더 벌겠지만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욕먹을 것을 알면서도 조금이나마 몸 성하게, 편하게 일할 수 있게 택배비를 올려달라고 하고 파업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파업에 별 관심이 없다며 대답을 아끼는 이들도 있었다. 차에 택배를 싣고 있던 한진택배 기사 30대 김모씨는 "파업하면 욕만 먹고 바뀌질 않는데 왜 하겠느냐"며 "괜히 설날에 물류 넘쳐서 감당 못하게 되는 상황만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마찬가지로 택배를 싣던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기사 40대 한모씨는 "요새 배송이 조금만 늦어지면 우리한테도 파업하냐고 항의 문자 오고 그런다"며 "파업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CJ대한통운 측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회사는 국토교통부에 사회적 합의 이행과 관련해 택배업계 전반에 대한 현장실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표하자고 제안했다"며 "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는 바, 근거 없는 왜곡과 일방적 주장이 계속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사회 공공재이자 생활기반산업으로 성장한 택배산업이 차질을 빚으며 국민들은 물론 중소상공인들까지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지지해주신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노조의 이율배반적 태도는 용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는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재촉하며 '100인 단식농성'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단체는 "연 3000억원 과로사 돈벌이는 노사 문제가 아닌 사회적 합의 위반 문제"라며 "설 특수기 택배 대란을 막기 위한 민주당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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