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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내집에 스며든 그 노인…협박 쪽지·흉기 흔적까지

[사건의 재구성]내집에 스며든 그 노인…협박 쪽지·흉기 흔적까지
© News1 DB

(창원=뉴스1) 강대한 기자 = 지난해 10월25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사는 A씨(64·여)는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 간담이 서늘해졌다.

누군가 자신의 집을 다녀간 흔적이 있어서다. 현관 앞에 놓아둔 10㎏짜리 쌀포대가 흉기로 난도질당해 찢어져 있었다. 그리고 집안을 둘러보다 부엌에서 웬 쪽지를 발견했다.

부엌 가스레인지 위에 놓여 있는 쪽지에는 “휴대폰 차단한 거 빨리 풀어주라. 차단 안 풀면 가만 안둘거다. 남자 만나고 다니면 가만 안둔다”고 적혀 있었다. A씨는 스토킹 범죄 피해자였다.

A씨 뒤를 쫓아다니며 협박하는 남성은 황혼에 이른 B씨(73)다.

B씨는 자신과 연락을 차단하고 다른 남자는 만나는 것을 항의하기 위해 A씨 집을 찾았다. 무단으로 복사해 둔 출입문 열쇠를 통해 집으로 침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이미 하루 전에도 A씨를 찾아 왔었다. 자신의 연락처를 차단하고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인들과 함께 A씨를 만나러 왔다가 집에 없자, 홧김에 화단에 있던 10만원 상당의 항아리 2개를 깨부쉈다.

불만을 풀지 못한 B씨는 며칠 뒤 다시 A씨 집을 찾았다. 29일 오전 미리 가지고 있던 출입문 열쇠로 안방까지 들어가 “너는 내 돈 1500만원 안주면 인간이 아니다. 남자들 데리고 사기치고 술 먹고, 마지막 경고다. 전화차단 하지 마라”는 쪽지를 탁자 위에 올려뒀다.

겁에 질린 A씨는 출입문 열쇠를 바꿨다. 이에 집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된 B씨는 주방 유리창 수개를 파손하기도 했다.

또 “죽이겠다”며 깨진 주방 창문 쪽으로 시너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다가 경찰에 신고하는 소리를 듣고 달아나 방화는 미수에 그쳤다.

B씨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하루에 수차례 A씨에게 전화를 걸고, 전화를 받으면 “어떤놈이랑 붙어먹었노”라며 욕을 퍼부었다.


A씨 집 출입문을 발로 차고 흉기로 문을 그어놓았으며, 인격모독을 하면서 출입문을 흔들어 위협을 가하는 등 지속적·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저질렀다.

창원지법 형사2부(이정현 부장판사)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반복적으로 침입해 재물을 손괴하거나 협박하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연락한 것으로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경찰 신고 이후에도 다시 피해자를 찾아가서 범행을 저질러 준법의식이 미약하다”고 꾸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