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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확장] 낯선 북한의 밀리터리 테마 도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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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확장] 낯선 북한의 밀리터리 테마 도안들
최희선 디자인 박사. (현)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뉴스1


[시선의 확장] 낯선 북한의 밀리터리 테마 도안들
2021년 10월에 개최된 당 창건 76돌 경축 국가산업미술전시회에 출품된 미사일 형태 초고층 아파트 설계 《70층 살림집도안》 이미지 출처: DefendKorea, 조선중앙TV 소개영상물 갈무리.© 뉴스1


[시선의 확장] 낯선 북한의 밀리터리 테마 도안들
평양육아원의 로켓 테마 어린이 놀이기구. (Carol Giacomo, 2017)© 뉴스1


[시선의 확장] 낯선 북한의 밀리터리 테마 도안들
붉은별연구소 창작가 홍건의 《공기주입식 유희기구도안》 이미지 출처: 조선중앙TV 소개영상물© 뉴스1

(서울=뉴스1)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 검은 호랑이 해인 2022년 임인년(壬寅年) 음력설이 두 주 앞으로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새해맞이 준비도 어려운 때 북한의 연이은 2발의 미사일 소식으로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다시금 '우리는 아직 분단국에 살고 있구나'하고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북한 디자인을 연구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물을 때가 종종 있다. 남북의 디자인은 여러 측면에서 많이 다르다. 디자인의 용어, 교육, 행정, 창작기업의 성격에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주제 선정과 형태·색채 등 표현 방법도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느낄 때가 많다. 엄청난 크기의 기념조형물들, 강렬한 붉은 색의 행사 무대들, 특히 북한의 체제선전과 관련된 디자인들은 남측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 낯설다 못해 정서적으로 무척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아마도 디자인에서 '우리식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과 체제 보호'라는 북한의 공동체 목표가 이러한 특징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싶다.

국가산업미술전시회에서도 이러한 특징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작년 10월에 개최된 당 창건 76돌 경축 산업미술전시회에 미사일 형태의 《70층 살림집도안》이 출품되었다. 이 건물은 얼핏 보면 원통형 초고층 아파트로 보이지만, 하단을 보면 꼬리 보조날개가 붙어 있어 발사체의 형상으로 디자인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아파트 기단의 슬라브 상부에는 요즘 북한건축에서 유행하는 '지붕록화(녹화)'을 계획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사회현상을 분석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디자인전시에 출품된 작품 중 북한의 우주과학기술을 드러낸 것도 있다. 바로 붉은별연구소 소속 홍건이 고안한 공기주입식 놀이기구이다. 이 놀이기구는 우주선의 발사와 비상하는 모습을 형상화하여 디자인되었다. 창작가는 조선중앙TV 홍보영상 인터뷰에서 "인민들의 문화정서에 이바지하는 유희정서의 특성에 맞게" 기구의 색채와 형태를 디자인하였다고 설명한다. 매체에서 이 작품을 "국가산업미술전시회에서 참관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특별히 소개한 이유는, 아마 당국의 '첨단 과학기술 강국과 인민의 물질문명 낙원'이라는 국가의 이상을 디자인으로 잘 구현해서 사회에서 주목을 받은 듯하다.

북한의 밀리터리 테마(military-themed) 디자인들은 여가를 즐기기 위한 유희장과 어린이 놀이터 기구, 장난감에서도 간혹 발견된다. 이러한 디자인들은 국방의 문제가 주민들에게 문화와 교육적 측면에서 정서적으로 친숙한 주제가 된 북한 사회의 특별한 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시대에 밀리테리 테마(military theme)보다 한발 더 앞서 '군사미술' 자체가 약진한 때도 있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인민군 미술창작 소속 미술가들이 레코드 포장디자인부터 기념비, 건물장식까지 각종 도안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지금은 과학기술중시와 주민들의 물질문화 수요에 맞게 소비품 생산에 주력하는 선경(先經)정책도 추진하기 때문인지 국가산업미술전시회에서 이들이 드러나게 활동하지 않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정권 초기 "선군(先軍)정치의 종말, 선경(先經)의 예고"라는 국내 컬럼을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디자인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아직도 북한사회에서 국방의 관심은 사회 전반 작은 구석 구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2년은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한 지 10년째 되는 해이다. 남북이 다르지만, 호랑이의 기세로 올해 한반도의 평화가 지켜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