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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사] "손쉽게 먹는 바나나, 직접 키우려니 어렵네요"

[귀거래사] "손쉽게 먹는 바나나, 직접 키우려니 어렵네요"
오영상 엣지해남바나나 대표. © News1 박영래 기자


[귀거래사] "손쉽게 먹는 바나나, 직접 키우려니 어렵네요"
엣지해남바나나 비닐하우스 농장 내부 모습.© News1


[귀거래사] "손쉽게 먹는 바나나, 직접 키우려니 어렵네요"
엣지해남바나나.© News1


[귀거래사] "손쉽게 먹는 바나나, 직접 키우려니 어렵네요"
엣지해남바나나.© News1


[귀거래사] "손쉽게 먹는 바나나, 직접 키우려니 어렵네요"
오영상 엣지해남바나나 대표. © News1

(해남=뉴스1) 박영래 기자 = 요새 바나나는 가장 흔한 과일 가운데 하나다. 물론 1980년대까지는 귀한 과일 중의 하나였지만 수입이 확대되면서 지금은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됐다.

물론 이는 최대 생산국 가운데 한곳인 필리핀 등지서 들여오는 수입산 바나나 얘기다.

이야기를 친환경 무농약으로 생산되는 국내산 바나나로 돌리면 선택된 소수만이, 상당히 비싼 가격에, 약간 어렵게 구해 맛볼 수 있는 과일이 된다.

20여년 언론인 생활을 접고 고향인 해남으로 귀농해 바나나 농장을 구축한 엣지해남바나나의 오영상 대표(63)는 초보귀농인이다. 농장 이름에서 '엣지'의 의미는 '땅끝', '매력있다'는 의미를 담았단다.

땅끝이 가까운 해남군 황산면에 자리한 엣지해남바나나는 오 대표가 제2의 인생을 설계하면서 조성한 친환경 바나나 재배 농장이다.

600평 규모의 대형 비닐하우스 안에는 어른 키의 두 배는 족히 넘는 크기의 500여 그루 바나나가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바나나 나무가 이렇게 크냐"는 기자의 1차원적 질문에 "일단 먼저 알아둘 건 바나나는 나무가 아닙니다"였다.

오 대표의 설명에 갸우뚱했지만 전문가가 된 그의 설명이 이어진다. 바나나는 생강목 파초과에 속하는 식용작물이다. 다시 말해 나무가 아니라 커다란 풀이라는 의미다.

생김새를 보면 누구나 '바나나 나무'라고 부를 수밖에 없어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 풀이라고 하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오 대표는 지난 2010년에 지금의 농장 부지를 마련하고 귀농과 함께 체험학습장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잠시 전라남도 산하기관에서 일하는 등 귀농일정이 미뤄졌고 2018년부터 이곳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배추도 심고 오디, 블루베리 등 각종 과실류도 심으면서 체험학습장을 조성하려 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감지했고, 이윽고 2020년 해남군이 바나나 재배 확대를 위한 시범사업을 공모하면서 바나나와 인연을 맺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바나나 재배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다면 체험학습과 적절한 연결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번 심어놓으면 계속해서 열매를 딸 수 있는 바나나 재배의 특성도 작용했다.

식물체는 과방을 한번만 맺기 때문에 바나나를 한 번 따고 난 후에는 밑동을 잘라버리는데, 열매를 맺고 죽은 뒤 6개월이 지나면 땅속줄기에서 새로운 어린 줄기가 나와 자란다.

땅속줄기는 이렇게 여러 해를 살 수 있으며, 여기서 땅을 뚫고 나오는 어린 줄기 가운데 약한 것은 주기적으로 잘라내고 튼튼한 것만 골라서 열매를 맺게 한다는 재배상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를 짓고 2021년 1월 처음으로 바나나 정식을 했다. 하우스 온도 안정화 작업을 위한 시간이 좀 지체되면서 정식이 늦어졌다. 다행히 1년여의 바나나 농사는 현재까지 성공적이다.

한 그루당 매달린 바나나는 평균 20㎏ 이상. 오 대표는 올해 첫 수확으로 500여그루에서 10톤가량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확까지는 여러 시행착오도 많았다. 당장 아열대 과일인 바나나는 온도에 민감하게 작용한다.

기온이 13도 이하면 동해가 발생하고 18도 이하가 되면 성장을 멈추게 된다. 기온이 높다고 성장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27도 이상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지만 35도를 넘어서면 성장을 멈춘다.

때문에 비닐하우스 안은 항상 20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취재를 위해 찾아간 지난 11일, 한낮인데도 바깥기온은 영하 1도를 보일 정도로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지만 비닐하우스를 열고 들어서자 포근한 초여름의 날씨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온도유지를 위한 연료비 등이 많이 들어갈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오 대표는 최첨단 스마트팜 시설을 적용해 이를 해결했다.

최적의 바나나 재배조건을 맞추기 위해 전기를 이용한 난방기가 자동으로 온도를 감지해 히터가 작동하고, 이중다겹커튼이 비닐하우스를 사방으로 덮어서 난방 유지에 큰 도움을 준다. 비닐하우스 내부에 설치된 3개 센서는 온도, 습도, 땅바닥의 온도를 체크한다.

비날하우스 밖에는 미니 기상대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풍속, 풍향, 일사량, 강우를 측정하고 온도와 습도를 감지한다.

적정온도 조절을 위한 자동 제어시스템이 있어 천장에 설치된 유동팬 24개는 하우스 내부 공기를 최적으로 만들어준다.

"다 자동화되어 있는데 그러면 할 일이 없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그 자체를 관리하는 데 엄청 신경이 쓰인다"면서 웃음지었다.

아직은 국내 바나나 재배 농사가 극소수라 초보농사꾼에게는 어려움이 됐지만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이점도 됐다.

병해충 등 어떤 상황을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대응하는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야 했다.

관련 매뉴얼도 부실했고 학계의 매뉴얼과 현장의 매뉴얼이 엄염히 다른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완전 무농약으로 바나나 농사를 짓다보니 총채벌레나 응애 등 병충해 피해를 막는 일도 쉽지만은 않았다.

오 대표는 "국내 바나나 농사는 극소수가 하고 있어 손쉽게 물어보고 자문을 구할 곳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과정이 새롭고 혼자 부딪치고 혼자 알아보고 연구해야 했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나면서 수확은 이뤄지고 있지만 판로 확보는 여전한 고민거리다.

320개 농약성분 검사를 통과해 무농약 친환경 인증을 받았지만 시장에서 '싸디 싼 과일'로 인식되는 바나나에 고급화 이미지를 입혀 판매하는 것 역시 과제다.


현재 로컬푸드나 하나로마트에 납품하고 있고 다행히 무농약재배라 급식이나 이유식 수요가 많아 택배를 통한 개인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수입산에 비해 가격을 2배 이상 받고 있어 소규모로 경영하는 측면에서 가격경쟁력은 풀어야 할 숙제다.

오 대표는 "소득의 다각화를 위해 앞으로 체험학습장을 조성하고 바나나 묘목을 만들어 판매하기 위해 조직배양도 공부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