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신고 막혀버린 가상자산 사업자... 절차 손질 시급한데 정부는 느긋

정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16 17:53

수정 2022.01.16 17:53

사업자 신고하려면 ISMS 인증 받아라
인증 받으려면 합법 영업이력 가져와라?
지난해 9월 24일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유예기간이 종료된 이후 신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 금융위원회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접수하려면 먼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개인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아야 금융위에 신고를 접수할 수 있는데, 정작 KISA에 ISMS 인증을 받으려면 2개월 이상 합법적 영업 이력이 필수여서 금융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우선 요구하는 제도적 모순 때문이다.

제도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금융위원회와 KISA 등 범정부 차원의 협의와 함께 가상자산산업을 규정하는 업권법을 시급히 제정해 합법적 가상자산사업자가 나올 수 없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신고하고 싶어도 못하는 가상자산사업

16일 KISA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4일 이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위한 ISMS 인증 신청이 접수되지 않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ISMS 인증 신청을 위한 조건을 갖춘 가상자산사업자가 없어 신청이 진행되지 못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등에 관한 고시'는 ISMS 인증을 신청하는 기업은 'ISMS 관리체계를 구축해 최소 2개월 이상 운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을 2개월 이상 운용하면서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체계를 인증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금법에 의해 지난해 9월 24일 이후에는 금융위원회에 신고히지 않은채 가상자산사업을 운용하면 불법이다.

문제는 금융위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하기 위한 필수요건으로 ISMS 인증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결국 ISMS 인증 없이는 합법적으로 가상자산사업을 운용할 수 없는데, 합법적으로 가상자산사업을 하려면 ISMS가 필요하도록 규제가 얽혀있어, 기업들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제도적 모순을 만들어놓은 셈이다.

■"특금법에 ISMS 끼워넣어 꼬여버린 제도"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충분한 검토없이 ISMS 규정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규정에 끼워넣어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SMS는 영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을 상대로 인증을 내주는 제도인데, 금융위에서 가상자산사업 진입을 위한 신고 규정에 ISMS 인증을 끼워넣으면서 제도가 꼬여버렸다"고 지적했다.


조원희 딜라이트 변호사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와 ISMS 인증이 서로 꼬여있어 결과적으로 새로운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와 금융위에 이슈를 제기하고 있지만, 두 부처는 개선하겠다는 얘기만 반복할 뿐 아직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에서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절차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ISMS 원칙과 블록체인에서 인증보안 체계는 다른데도 우회적으로 제도를 운용하다보니 규정이 실제로 작동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것을 보면 (가상자산)업권법이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다"며 고 지적했다.

정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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