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카카오는 왜 미움을 살까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24 18:32

수정 2022.01.24 18:32

[곽인찬 칼럼] 카카오는 왜 미움을 살까
카카오 없는 일상은 상상이 안 된다. 가족·친구·동호인 단톡방은 필수다. 요샌 회사 업무도 다 단톡방에서 한다. 코로나 시대에 카카오 송금도 참 요긴하다. 혼주나 상주한테 안부를 전하면서 슬쩍 경조사비를 보내면 된다.

이런 카카오가 뭇매를 맞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쓰럽다.
혁신의 기수인 카카오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문어발 논란이 시초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운전 콜업체 '1577'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 나 역시 "이게 뭐지?" 했다. 왜 카카오가 심야 대리운전까지?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에서 카카오는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자업자득이다.

한편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에도 손을 댔다. UAM은 아직 무주공산이다. 카카오 정도의 대기업이라면 이런 신사업에 집중해야 마땅하다. 일찌감치 UAM 시장 진출을 선언한 현대차와 한판 진검승부를 겨뤄볼 만하지 않은가. 카카오그룹은 재계 순위 18위(2021년)에 랭크된 재벌이다. 대리운전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계속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요란한 팡파르 속에 쪼개기 상장에 나선 것도 미움을 샀다. 상장 간격도 너무 짧았다. 카카오게임즈는 재작년 9월, 카카오뱅크는 작년 8월, 카카오페이는 11월이다. 카카오모빌리티·엔터테인먼트는 대기 중이다. 상장할 때마다 돈을 쓸어담았다. 시가총액 기준 카카오는 코스피 9위, 카뱅은 18위, 카카오페이는 20위에 올라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코스닥 5위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옛말, 하나도 틀린 게 없다. 이웃이 기업공개해서 돈을 벌면 배가 아픈 법이다. 그럴 땐 겸손하게 몸을 사리는 게 상책인데 하필이면 카카오페이 경영진 스톡옵션 사건이 터졌다. 이러니 카카오 때리기가 유행처럼 번질 수밖에.

카카오에 대한 여론의 반감은 주인·대리인 관계로 풀이할 수 있다. 카카오를 키운 카톡의 주인은 누구인가? 카카오 또는 김범수 의장인가? 아니다. 카톡의 주인은 바로 우리 고객이다. 카카오는 사이버 공간을 제공하는 대리인일 뿐이다. 고객이 카톡을 외면하는 순간 카카오그룹은 공중분해된다.

그런데 주인·대리인 관계라는 게 참 묘하다. 종종 대리인이 주인을 갖고 놀 수 있다. 주주는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운영을 맡기지만 경영자는 주주보다 제 이익을 추구하기 일쑤다. 배관공이 멀쩡해 보이는 싱크대 부품을 갈자고 할 때 이를 반박하기란 쉽지 않다. 의사와 환자,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서도 종종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요즘 카카오를 보면 고객 위에 군림한다는 인상을 준다. 고객을 다 잡은 토끼처럼 취급한다. 그래서 고객 마음이 상했다. 플랫폼은 영원무궁 왕인가? 어림없다. 기업사(史)를 보라. 순위가 바뀌고 아예 이름조차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다. 플랫폼도 예외일 수 없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위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 삼성 같은 일류기업 총수가 왜 그랬을까. 김범수 의장은 지난주 "최근 카카오는 사회의 신뢰를 잃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 사회가 본래부터 카카오에게 기대하는 것, 미래지향적 혁신을 잘하는 것이야말로 신뢰 회복을 위한 첩경"이라고 말했다.
그 첫걸음은 골목상권 철수다.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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