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스몰공약에는 국가미래 없다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3 18:45

수정 2022.02.03 18:45

[강남시선] 스몰공약에는 국가미래 없다
20대 대통령 선거는 유독 비아냥 섞인 관전평이 많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후보 욕설 녹음파일, 무속 논란 등 네거티브 선거 바람도 거세다. 최선 아니면 차선, 그도 아니면 차차선을 선택하는 게 선거라곤 하지만 유력 후보들의 이미지가 선거일이 가까워져도 이렇게까지 개선되지 않은 대선이 있었나 싶다.

비호감 대선은 후보들의 이미지 창출 실패에 기인한다. 후보들을 쳐다도 보기 싫어하는 국민이 많아 향후 5년 대한민국을 이렇게 이끌고 가겠다는 국정방향이나 철학을 풀어놓을 수 없다.
설 명절 지방에라도 다녀왔다면 비호감 정도를 더 절절히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른바 시대정신을 담은 공약과 슬로건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1987년 개헌 이후 대선 때마다 후보들은 차기 정부의 국정방향이나 철학을 제일 앞에 내세워 유권자의 심판을 받았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는 '낡은 정치 청산,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이명박 후보는 '작은 정부 큰 시장'(2007년 대선), 박근혜 후보는 '창조경제, 경제민주화'(2012년), 문재인 후보는 '소득주도 성장, 적폐청산'(2017년)을 제시했다.

의혹과 혼란이 난무하고 지지율 또한 박빙이다 보니 스몰공약이 쏟아진다. 생활밀착형 깨알공약들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심장이 쿵할 정도로 설렘을 뜻하는 '심쿵' 공약들을 발표했다. 작은 공약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특정 세대 취향에 편승하거나 지나치게 세세한 영역, 그렇지 않으면 국가재정 여력은 안중에 두지 않은 포퓰리즘식 공약이어서 문제다.

이재명 후보가 5대 강국 진입을 위한 신경제 비전을, 윤석열 후보가 설 연휴 전 북한 비핵화를 핵심으로 한 외교안보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반장선거 수준이란 비판은 타당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과학중심국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가 '기회공화국'이라는 큰 방향을 제시한 게 되레 신선하다.

선거는 정치적 행위이지만 경제적 후폭풍을 우려한다. 대표적인 게 국가재정 건전성이다. 거대담론 형태로 국정 비전이 제시되지 않는 탓에 세금은 깎아주고, 복지·혜택은 늘려주는 공약들만 반복되고 있다. 재원조달 방식은 유력후보 누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연금개혁 같은 표 안되는 공약도 피한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경고를 의미 깊게 받아들여야 한다. 피치는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인 'AA-(안정적)'로 유지했지만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이름까지 거명하며 퍼주기 공약들이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유력 후보라면 위험수위인 국가채무 관리, 재정운용 원칙, 지출 구조조정, 정부수입 증대방안에 대한 방향이나 구상과 대안을 수치로 내놔야 한다. 건전재정, 지출축소 등 막연한 두루뭉술 공약은 안된다.
스몰공약만 보고 국정최고책임자를 뽑는 나라엔 미래가 없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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