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국민연금 뭉개기는 이제 그만!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7 18:00

수정 2022.02.07 18:00

안철수 후보가 한 건 올렸다. 지난주 대선후보 4자 TV토론에서 국민의당 안 후보는 "국민연금 개혁은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하겠다, 이렇게 네 명이 공동선언하는 건 어떤가"라고 제안했고 "좋은 의견이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 자리에서 약속하죠"(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라는 답을 이끌어냈다. 국민적 합의 등 조건이 붙은 동의라서 개혁이 실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딴말 못하게 하는 효과는 있겠다.

국민연금을 왜 손봐야 하나.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현 국민연금 체계를 유지할 경우 2055년에 수령 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924조원(작년 11월 기준)이 쌓여 있다.
세계 공적연금 3위 규모다. 하지만 지급액 또한 빛의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가입자 100명당 부양해야 할 수급자 수는 2020년 19명에서 2050년 93명으로 5배 넘게 증가한다. 현 청년층은 부모보다 못사는 첫 세대란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청년이 무슨 죄인가.

사실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낸다고 당장 연금을 못 받는 건 아니다. 이런 말이 나올 때마다 국민연금공단은 손사래를 친다. 밖을 보면 우리처럼 적립금을 쌓아놓고 연금을 주는 나라는 흔치 않다. 대부분은 한 해 들어오는 돈으로 그해 연금을 지급한다. 이를 부과방식이라고 한다. 만약 모자라면? 국가가 재정, 곧 세금으로 메워준다. 지금도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은 부족분을 재정으로 지원한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국민연금을 내기만 하고 못 받으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다. 다른 연금과 비교할 때 국민연금은 사이즈가 다르다. 재정으로 메운다지만 끝내 감당이 안 되면? 가입자가 보험료를 더 낼 수밖에 없다. 연금 전문가들은 적립금 없이 국민연금을 원활하게 운용하려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20% 수준까지 올려야 할 걸로 본다. 부모 봉양하느라 가난한 청년들 허리가 휠 판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3사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3사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문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에 손을 놨다. 국회에 개편안을 냈지만 말 그대로 구색용이다. 학업엔 뜻이 없다. 국회라고 다를 바 없다. 개편안은 창고에 처박혀 있다. 윤석열 후보는 토론회에서 "그건(국민연금 개혁은) 안 할 수가 없다.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차기 대통령은 더 이상 피할 도리가 없다.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2004년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지 모른다. 당시 '국민연금의 8가지 비밀'이란 괴담이 온라인에 들끓었다. 국민연금 반대 촛불집회까지 열렸다. 정부와 공단은 '국민연금의 비밀 바로알기'라는 반박자료를 내는 등 홍역을 치렀다.

노무현 대통령은 뭉개는 사람이 아니다. 2007년 국민연금을 그대로 내고 덜 받는 식으로 고쳤다. 보험료율을 9%로 두는 대신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2028년)로 낮췄다. 반쪽 개혁이란 비판이 있지만 손을 댄 것만도 대단한 용기다. 그 덕에 기금 소진 시기가 13년 연장됐다.
이제 곧 문 정부가 뭉갠 부담이 차기 정부로 넘어온다. 가뜩이나 힘든 청년세대에 연금 짐까지 떠넘기는 건 차마 못할 짓이다.
차기 대통령이 책임지고 국민연금을 손봐야 한다.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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