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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1월 무역적자의 의미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14 18:45

수정 2022.02.14 18:45

[fn광장] 1월 무역적자의 의미
지난 1월 무역수지 적자가 48억8900만달러로 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나, 경상수지는 높은 수준의 흑자를 유지하면서 금융시장과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전망이다.

1월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이유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있다. 1월 수출이 전년동월에 비해서 15.2% 증가했으나 수입은 35.5%나 늘었다. 수입이 이처럼 증가한 이유는 원유, 가스 등 원자재 가격의 큰 폭 상승에 있다. 예를 들면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원유 도입단가가 지난해 1월 배럴당 52.2달러에서 올해 1월에는 81.3달러로 55.9% 상승했다.
여기다가 국내 경제의 회복으로 원유 수요가 늘어나면서 원유 수입금액은 86.9%나 급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최근 사례는 2008년이었다. 2006년과 2007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각각 5.5%와 5.6%로 그 이전 10년 평균 성장률(3.9%)보다 훨씬 높았다. 세계경제 호황에 따라 원유 수요가 늘어나면서 2008년 7월에는 배럴당 140달러에 이르기도 했다. 세계 경제의 호황으로 우리 수출이 증가했으나 무역수지는 2008년에 13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는 294억달러였다. 올해 무역수지가 적자는 아니더라도 흑자 폭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수출 증가세가 꺾일 것이나, 당분간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입은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물경제에 선행하는 증권시장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200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코스피와 일평균 수출금액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0.84로 매우 높았다. 올해 1월에 코스피가 전월에 비해 10.6% 하락했는데 이는 앞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2008년 1월에도 코스피가 14.4%나 급락하면서 수출 감소를 예고했다. 2008년 무역수지 적자 영향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했는데, 최근 들어서도 유사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올 1월 무역적자는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불길한 징조일 수 있다. 그러나 경상수지가 높은 수준의 흑자를 유지하면서 금융시장이나 외환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에서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높아지고,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1998년부터 2021년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가 1조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경상수지 흑자 대부분이 해외직접투자나 증권투자로 국외로 유출됐다. 이제 그 결실을 거둬오고 있다. 특히 투자소득에서 흑자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우리가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돈으로 해외 주식이나 채권을 사들인 결과, 배당이나 이자소득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투자소득수지가 2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경상수지 흑자 중 23%를 차지했다.
2008년 23억달러의 적자와 큰 차이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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