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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20대 대선, 묘수 세번이면 진다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17 18:46

수정 2022.02.17 18:46

[강남시선] 20대 대선, 묘수 세번이면 진다
"한 건에 맛을 들이면 암수(暗手)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정수(正手)가 오히려 따분해질 수 있다. 바둑은 줄기차게 이기지 않으면 우승할 수 없고 줄기차게 이기려면 괴롭지만 정수가 최선이다."

신산(神算)으로 불렸던 이창호 9단이 지난 2002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돌부처 이창호 9단의 바둑은 화려하지 않다. 묘수를 쓰지 않는 기본에 충실한 바둑을 둔다.
그래서 쉬운 싸움도 어렵게 이기고, 어려운 싸움도 어렵게 이긴다는 평가도 있다. 한 땀 한 땀 쌓인 성과는 최고의 승률로 나타났다. 오랜 기간 세계 바둑계 최강자로 군림했다. '묘수가 세 번 나오면 바둑 진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이창호 9단이 거론되는 것은 언제나 정수에 충실했던 그를 대중들이 지금도 기억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즐거움'이라는 게임의 기본에 충실한 신작 게임 '로스트아크(Lost Ark)'가 화제가 되고 있다. 죽은 게임도 살린다는 플레이투언(P2E)은 물론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등 아무런 묘수 없이 게임 콘텐츠만으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18년 국내에 출시된 로스트아크는 제작사인 스마일게이트가 국내 게이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왔다. 글로벌 시장 출시를 앞두고선 '모험가'로 불리는 로스트아크 이용자들이 판교역에 응원광고를 붙이기도 했다. 로스트아크는 지난 14일 출시되자마자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동시접속자 132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2위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앤지 제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 주말 동안 로스트아크가 스팀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행정관들이 근무하고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비서동의 이름은 '여민관'(與民館)이다. 이명박정부 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친다'는 뜻을 담아 '위민관'(爲民館)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여민관으로 돌아왔다. 맹자의 한 구절인 '여민동락'(與民同樂)에서 차용한 것으로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한다'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대통령 통치의 기본이 여기 '여민'과 '위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민을 위하고 즐거움을 함께했다면 성공한 대통령이라 당당히 부를 수 있을 것이다.

20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표심을 사기 위한 묻지마 공약과 상대를 끌어내리기 위한 네거티브가 쏟아지고 있다. 당선되기 위해 또는 떨어뜨리기 위해 각종 묘수가 총동원되고 있는 것. 하지만 국민을 섬기고 국민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대통령에 대한 갈증은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19번의 대통령선거를 통해 눈높이를 높여 온 국민들이 이번 20번째 선택에선 '묘수'보다는 '정수'에 충실한 후보에게 대통령직(presidency)을 맡길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요즘이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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