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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대퇴직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3 18:38

수정 2022.02.23 18:38

[fn광장] 대퇴직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작년 미국에서는 직장을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대퇴직'(Great Resignation) 현상이 있었다. 미국 노동 통계에 의하면 작년 11월에 453만명, 12월에는 430만명이 회사를 자발적으로 그만뒀다. 새로운 일자리는 1090만개 있었던 반면 자발적 퇴사 등 여러 이유로 일자리를 떠난 사람은 590만명이었다. 풍부한 일자리가 있음에도 사람들이 직장을 떠난 것이다.

자발적 퇴직현상은 경제호황으로 더 좋은 일자리가 많은 경우 나타난다. 닷컴버블이 심했던 1990년대 말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호황을 누릴 때도 더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서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두었다.


현재는 아직도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현금지원도 마무리됐고, 고용률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장이 경직적이고 신규 일자리 창출이 안돼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우리 상황에서는 부럽기만 하다.

미국은 노동시장이 유연하고 사회안정망이 구축돼 있어서 자발적 이직이 일어날 수 있으나 고용회복이 미흡한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첫째, 코로나로 인한 실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이 시행됐고, 이런 지원들이 노동자로 하여금 급박하게 일자리를 찾기보다는 재택근무를 통해 체험한 일과 삶이 양립될 수 있는 일자리가 나올 때까지 구직활동을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삶을 되돌아보고, '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사람도 늘었다.

둘째, 구직자가 찾고 있는 업종과 일자리가 많은 분야가 서로 다른 미스매치가 있다. 대면접촉이 필요한 레스토랑, 호텔 등 서비스 업종은 팬데믹으로 타격을 받은 반면 디지털 전환으로 배달업이나 원격업무는 오히려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 기존 일자리에서 새로운 일자리로 옮겨감에 따라 업종별로 일자리 불일치가 생겼다.

셋째, 코로나로 인하여 아이들에 대한 원격수업이 지속되면서 어린아이를 둔 엄마에게는 아이돌봄이 추가 부담이 되어 취업을 그만둔 경우다. 아이돌봄으로 인해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쉬세션(She-cession)이 나타난 것이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작년 9월과 10월 중에는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0만명의 여성이 일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영국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유아원과 유치원이 돌봄서비스를 지속했기 때문에 여성 일자리 감소가 적었다.

넷째, 국제통화기금(IMF)은 55세 이상의 고령층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을 떠난 것이 실제 고용회복 지연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코로나로 인해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 부동산과 금융자산 가격상승으로 부가 축적되자 계속 일해야 할 이유가 줄었기에 조기은퇴를 선택했다.

분명한 것은 디지털 전환에 따라 일자리 공백과 대퇴직이 저숙련 직종과 대면 서비스 업종에서 지속되고 있다.
이것은 팬데믹으로 초래된 노동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혁신과 창업이 쉬운 기업환경 개선과 규제개혁이 우선돼야 한다.
재정지원을 통한 일시적인 저숙련 일자리 만들기가 아닌 유연한 노동시장, 미스매치를 줄이는 취업교육, 보육돌봄 서비스 확충, 이민정책 검토 등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최희남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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