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중대재해 대응 마인드 확 바꿔야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4 18:05

수정 2022.02.24 18:05

[강남시선] 중대재해 대응 마인드 확 바꿔야
올해 기업 경영의 화두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이다.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전국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 사망사고 발생은 여전하다. 기업 입장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을 일종의 규제의 덫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에 중대재해처벌법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대세를 되돌릴 순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방어적 자세에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비용 관점에서 투자 관점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세 가지 구조적 범주를 통해 구체적인 목표 수립과 실천을 강조하는 게 ESG다. 중대재해처벌법은 ESG '사회' 부문의 일부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그런데 국내에서 중대재해법 논란은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1년 이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CEO 리스크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나아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이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는 비용 관점의 접근법이 대세다. 문제는 ESG 평가에서 산업재해는 사회 부문의 비중이 높은 항목이라는 점이다. 산업재해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사회 부문에서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 나아가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권 행사에 나서는 행동방침인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라 외부 투자기관들의 투자포트폴리오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아울러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산업안전을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사회적 가치, ESG, 중대재해처벌법의 공통적 속성은 결국 기업의 행위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의 트레이드 오프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이끌어내느냐에 있다. 의사결정 과정이 산만해지고 신속성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반대로 높은 경영성과에 큰 보탬이 될 수도 있다. 가령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올해 산재사고 수치는 예년보다 나아진 게 없다. 법으로 형사처벌까지 강제하는 효과가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산재사고의 여러 원인 가운데 본청과 하청업체 간 산업안전 예방을 위해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비용을 둘러싼 구조적 갈등도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올 들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상당수가 안전 부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곱씹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제적 대응도 고려해야 한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잇따라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하는 추세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전담 대신 겸직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CSO에게 자율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겸직 수준의 CSO는 불확실성이 높은 현장의 산업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다.


강제적인 법이 시행되더라도 현장에서 안전문화가 자리잡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결국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안전문화 정착도 조직의 '루틴'에 달려 있다.
산업재해 대응을 위한 안정궤도에 들어서기 위해선 초반에 조직의 전사적 노력이 필요하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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