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혼돈의 재택치료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7 18:57

수정 2022.02.27 18:57

[강남시선] 혼돈의 재택치료
나흘 만이었다. 지난달 말 코로나19 확진판정 후 관할 보건소와 연락이 닿기까지. 당시 갑작스러운 자가격리로 인후통, 고열에도 상비약이 없어 패닉에 빠져들고 있었다. 급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손끝이 닳도록 전화해 운 좋게(?) 통화가 됐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었다. 재택치료팀 관계자는 확진됐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지역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은 게 문제였다.
타 지역에서 받은 확진판정은 주거지 관할 보건소로 이관돼 역학조사팀을 거쳐 재택치료팀에서 대응했다. 그러나 이 과정들이 단절됐다. 이를 직접 확인하는 데도 반나절이 걸렸다. 이달 초 연휴기간 확진자 폭증과 검사체계 전환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행정기관의 혼선은 가중되는 분위기였다.

격리기간 중 가족 일원은 보건소 허락하에 신속항원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음성이었다. 다만 오자마자 상태가 심상치 않아 PCR검사를 요청했다. 이때부터 신속항원검사 양성이 나와야 PCR검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확진자 가족이라고 밝히고 검사를 받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다시 달려갔지만 PCR검사에 필요한 문자가 없다며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3시간 만에 PCR검사를 했고, 다음 날 받아든 결과는 당혹스럽게도 양성이었다.

그날 밤 재택치료에 필요한 물품들이 도착했다. 확진 후 닷새 만이었다. 가장 부피가 큰 10벌의 푸른색 방호복은 현재도 처치곤란이다. 격리기간은 보건소(문자)와 구청(통지서)에서 수차례 다른 날짜로 번갈아 오면서 혼란을 부추겼다. 격리해제 전날에는 화장실, 이불, 옷, 쓰레기 등 대대적인 집 내부 소독작업과 뒤처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소독제 4통을 소진하곤 초주검이 됐다.

가정은 한바탕 코로나 풍파를 겪고 평온을 되찾았지만 오미크론 공포는 여전하다. 허술한 행정과 먹통전화, 신속항원검사 위양성(가짜음성), 험난한 PCR검사, 제각각의 격리기간 등 일련의 과정이 바이러스보다 더한 두려움을 남겼다. 지난 9일 재택치료자 관리체계 개편 등으로 상황은 나아졌을까. 지금도 곳곳에선 재택방치라는 원성이 들끓고 있다. 일반관리군은 통화조차 쉽지 않고, 안타깝게도 재택치료 중 사망하는 영·유아까지 발생했다.

정부가 부랴부랴 인력과 소아병상 확충 등에 나섰지만,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긴 어렵다.
이미 확진자 폭증을 내다본 정부가 아닌가. 정점 예측이 각자도생의 메시지가 아니라면 촘촘한 선제적 대응으로 이어져야 한다. 재택치료 대응체계 전반의 재점검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신속한 인력보강이 시급하다.
현시점이 정부의 예상대로 일상회복의 마지막 고비가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재택치료 안착의 최대 고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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