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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건보재정 흑자, 자랑할 일인가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1 18:36

수정 2022.03.01 18:36

[fn광장] 건보재정 흑자, 자랑할 일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강력히 추진하며 지출을 대폭 확대했는데도 건보 재정은 오히려 양호해졌다고 자찬했다. 2021년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2조8229억원 흑자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문 정부가 정책을 잘해서 그런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70%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비급여의 대폭 축소와 본인부담 완화 등을 추진했다. 비급여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건보 재정 악화 가능성이 가장 큰 지적을 받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8대 사회보험 재정전망 보고서는 문 케어가 매년 4조원 내외의 적자를 발생시켜 2017년 20조7733억원의 적립금이 2021년에 9조1000억원으로 줄어들고 이후에도 적자가 더욱 확대되어 2024년에는 적립금이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2021년 말 건보 적립금이 20조241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2021년의 건보 총지출은 전년 대비 5.8% 증가에 그쳤지만 총수입이 9.6% 증가해 2조8229억원 흑자가 발생한 것이다. 2020년에도 총지출이 4.1%, 총수입이 7.9% 증가해 총수입 증가율이 높았다. 이는 문 케어에 따른 2017∼2019년의 적자 증가 기조와 180도 달라진 것이다. 2019년만 해도 총지출은 13.8% 증가했고, 총수입은 9.6% 증가해서 2조8243억원의 재정적자가 발생했다.

2020년을 전후한 상황 변화의 첫 번째 원인은 코로나19라고 할 수 있다. 문 케어로 급증하던 급여지출이 코로나19로 크게 둔화됐다.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관리 강화로 호흡기·소화기계 질환자 등의 감소와 감염 우려로 병의원 이용률이 하락, 지출이 크게 늘지 않았다. 두 번째 원인은 보험료 수입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1년 보험료율은 2.89% 인상됐지만, 부과대상 소득과 재산가격 상승으로 실제 총수입은 9.6% 증가했다. 특히 직장가입자보다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수입 증가가 높았다. 2020년 기준 보험료 수입 증가율은 직장가입자가 6.0%였으나 지역가입자는 8.3%로 훨씬 더 높았다.

2019년까지 지역가입자 보험료 수입 증가율이 직장가입자보다 높았던 적은 없다. 2008∼2019년 기간 보험료 수입 연평균 증가율은 직장가입자가 8.6%였으나 지역가입자는 3.2%였다. 2020년과 2021년에 건강보험료가 지역가입자에게 폭탄이 됐던 것은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가 소득뿐만 아니라 재산에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가격 인상으로 재산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금년에도 20% 안팎 인상될 것으로 예상돼 지역가입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폭탄은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 케어 시행 당시 내놓았던 건강보험 보장률 70% 목표가 2020년에도 65.3%에 머물러 있는 실적 저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해명도 없이, 코로나로 인한 고통이 가장 심각한 영세자영업자와 농어민 은퇴자가 가입해 있는 지역가입자에게 건강보험료를 대폭 높여 총수입이 늘어난 것은 감추고 일시적 건보재정 흑자만 자찬한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대선후보의 묻지마 공약이 현실화되면 건보지출이 증가세로 다시 전환될 것이 예상되는 만큼 건보 재정관리를 강화하고,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서둘러 개편해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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