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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 기업 피해 확산…정부, 실물경제 악영향 대응 총력(종합)

뉴스1

입력 2022.03.02 15:29

수정 2022.03.02 17:40

우크라이나 사태 및 대(對)러시아 수출통제 강화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2일 서울 서초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우크라이나 비즈니스 애로 상담센터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2.3.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 및 대(對)러시아 수출통제 강화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2일 서울 서초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우크라이나 비즈니스 애로 상담센터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2.3.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7일째를 맞이한 2일 국내 기업들은 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거나 물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국내 경제 영향이 부문별로 가시화될 우려가 크다고 보고, 피해 지원을 위한 총력 태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산교섭본부장은 멕시코 출장 일정을 축소하고 미국으로 향해 오는 3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담당 국장 등과 고위급 면담을 갖는다. 미국의 대(對)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인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면제 기업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 러시아 '스위프트 배제'로 수출 대금 결제 지연…속타는 수출 중소기업

2일 무역협회는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대책반'에 전날(1일)까지 6일간 119개사의 기업으로부터 160건의 애로사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28일(138건)을 기준으로 하룻새 22건이 늘어난 것으로, 전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피해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유형별로 보면 대금결제(94건·58.7%)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그 뒤로 물류(51건·31.9%)와 정보부족(11건·6.9%)이 뒤를 이었다.

특히 러시아를 향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대금결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국내 관련 중소 수출 기업들은 생존위기로 내몰렸다. 러시아에 대해 스위프트(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배제가 이뤄지면서, 러시아 발주기업(바이어)이 대금을 지급하려 해도 달러 결제가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또 제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루블화 가치하락에 따른 환차손 부담으로 인한 대금결제 지연이나 거부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한 예로 러시아로부터 주문을 받아 기계 장비를 생산하는 A기업은 일부 선수금을 받고 생산을 완료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잔금 회수에 차질이 생겼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중소기업 업계 관계자는 "금융제재에 따른 잔금 수령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7개 은행을 스위프트에서 배제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익명을 요구한 관리들을 인용해 EU가 합의한 배제 대상으로 국책은행인 VTB 방크, 방크 로시야, 오트크리티예, 노비콤방크, 소브콤방크, VEB.RF, 기타 1곳 등 7곳이 지목됐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우리 정부도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 배제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전날 미국 재무부 등과의 협의를 거쳐 Δ러시아 주요 은행과의 거래 중지 Δ러시아 국고채 투자 중단 등을 선언했다.

금융권에서는 국내 수출 기업들의 국제 송금이 차단될 경우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장기화 될수록 우리 수출 기업들의 피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10위 교역대상국으로, 지난해 수출 약 1.6%, 수입의 2.8% 비중을 차지했다.

◇ '반도체 수급난' 현대차 5일까지 공장 생산 일시 중단…배터리·철강도 영향권

산업계 공급난 우려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5일까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생산을 일시 중단한다. 현대차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서방의 제재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길어질 경우 자동차 부품 수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재계에서는 공급난 사태가 확산될 경우 스마트폰을 비롯해 배터리, 철강까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에 진출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 정부, 피해 늘어나자 비상대응 체계 가동…긴급경영안정자금·특례보증 지원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현실화 되자 정부는 이날 금융감독원과 정책금융기관이 함께 '관계기관 합동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기업 피해 현황 및 자금 애로 점검에 나섰다.

또 한훈 기획재정부 차관보 주재로 제9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 회의를 열고 부문별 대응 현황을 점검했다.

정부는 수출의 경우, 2월까지의 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은 지표상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통제와 대금결제 등 부문별 애로접수가 증가해 현장 영향이 가시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제재 관련 주요국의 협의와 기업정보 제공, 무역금융·긴급금융을 통한 피해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러시아·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수출입과 두 나라에 진출한 중소기업 등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중소기업벤처부와 유관기관은 수출·금융·공급망 등 중기 애로 상황별 맞춤형 지원을 실시하고, 이날부터 중기 피해 신고센터를 가동한다. 이와 함께 중소 수출기업 대상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납품대금 회수불가 등 자금애로 기업을 대상으로 긴급경영안정자금과 특례보증도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대러 수출통제 조치인 FDPR 면제 대상에 한국을 포함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다.

멕시코를 출장 중인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3일 미국 상무부 측과 만나 고위급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한미 양국은 전날에도 FDPR 예외 적용 논의를 위한 국장급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FDPR은 미국 외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 설계 등 기술이 적용된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전자(반도체), 컴퓨터, 정보통신신기술, 보안, 센서·레이저, 해양, 항법·항공전자, 항공우주 등 7개 분야에 관한 세부 기술이 규제 대상 포함됐는데 국내 반도체, 자동차 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FDPR 면제국 명단에 유럽연합(EU) 27개국과 일본·호주·영국·캐나다·뉴질랜드를 포함하고 우리나라를 제외한 것을 두고 정부의 '늦장 대응'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8년 만에 최고가 기록한 국제유가…배럴당 '110달러' 돌파하며 폭등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우려에 국제유가도 2일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며 치솟았다.

CNBC 방송에 따르면 우리 시간으로 이날 오전 11시11분 북해 브렌트유 4월 인도분 선물은 5.17달러(4.93%)가 급등해 배럴당 110.14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3월물은 5.21달러(5.03%) 치솟아 배럴당 108.62달러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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