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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전시 대통령' 분위기로 연설…韓 1차례, 北 언급 없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국정연설 도중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좌)를 향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국정연설 도중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좌)를 향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취임 이후 첫 국정연설(연두교서)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사실상 전시를 이끌고 있는 대통령의 분위기가 느껴질 만큼 뜨거운 박수 속에 미 의사당 연단에 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선 단호한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현장에 있던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국내 현안과 관련해 연설을 할 때는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야유를 받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 존칭 없이 '푸틴'이라고만 호칭…단호한 대응의지 천명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의 시작은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내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President)'이라는 존칭을 쓰지 않은 채 '푸틴'이라고만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더라도 서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 심각한 오판을 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자유세계가 강력한 경제 제재 등을 통해 책임을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를 통해 우리는 독재자들이 그들의 침략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을 때 더 많은 혼란을 야기한다는 교훈을 배웠다"면서 "그(푸틴 대통령)가 전장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장기적으로 계속해서 높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에 대한 전폭적 지원 다짐…현장엔 우크라이나 국기 가득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들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경제·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나라를 지키고 그들의 고통을 덜 수 있도록 계속 도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질 바이든 여사의 초청을 받아 참석한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일으켜 세운 뒤 "오늘 밤 이 회의실에서 우크라이나와 세계에 확실한 신호를 보내자. 미국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 서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마르카로바 대사 옆에 있던 질 바이든 여사는 마르카로바 대사를 껴안으며 위로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거나 상의에 우크라이나 국기 스티커를 붙이며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응원의 뜻을 보내기도 했다.

◇62분 연설 중 경제에 25분 할애…연설 도중 야유 받기도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한 바이든 대통령의 첫 국정연설에선 경제 등 미국내 현안이 상당히 비중 있게 다뤄졌다. 특히 경제 분야에 상당시간을 할애했다.

약 62분간 진행된 이번 국정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문제(12분)에 대해 언급한 이후엔 경제(25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7분), 범죄 및 총기 통제(3분), 투표권·대법관 인준·이민·평등(4분), 통합 어젠다 및 애국심(11분) 등에 대해 발언했다.

국내 현안들은 대체로 민주당과 공화당간 첨예한 갈등이 있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 연설 때도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통과된 ‘미국 구조 계획법’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지난 정부에서 통과된 2조 달러의 감세안이 상위 1%의 미국인들에게 혜택을 준 것과 달리 미국 구조계획은 일하는 사람들을 도왔으며, 아무도 뒤에 남겨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비판에 야유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유독성 가스를 마신 미군들이 암 등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언급하던 대목에선 극우성향으로 알려진 로렌 보버트 공화당 하원의원이 “당신이 그들을 거기에 뒀다. 그들 중 13명”이라고 소리쳐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폭탄 테러로 사망한 미군 병사들을 언급한 것이다.

잠시 연설을 멈췄던 바이든 대통령은 유독 가스를 마시고 사망한 병사들 중 한 명이 자신의 아들이라고 말하며 연설을 이어갔다.

◇中과 경쟁서 승리 의지 재천명…한국 1차례 언급, 북한은 거론 안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것은 미국을 변화시키고, 우리가 세계의 다른 나라들, 특히 중국과 직면한 21세기의 경제적 경쟁에서 우리를 승리하는 길로 인도할 것"이라며 "제가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에게 말했듯이 미국 국민들과 맞서는 내기를 하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미래의 좋은 일자리를 위한 경쟁을 위해선 중국 및 다른 경쟁자들과의 경쟁의 장을 동등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신흥기술과 미국 제조업에 기록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초당적 혁신법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을 한 차례 언급했다. 대러 제재에 동참한 나라를 거론하면서 유럽연합의 27개 회원국과 영국, 캐나다, 일본에 이어 한국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날 연설에선 북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