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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맥도날드로 본 국제경제 사회상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2 18:33

수정 2022.03.02 18:33

[fn광장] 맥도날드로 본 국제경제 사회상
글로벌 1위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의 대표 햄버거 메뉴는 빅맥이다. 빅맥 가격으로 특정 국가 화폐가치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지표가 빅맥지수이다. 이는 각 나라의 구매력 평가를 비교하는 경제지표이다. 1986년 9월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처음 사용했다.

빅맥을 가장 비싸게 판매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레바논이다. 레바논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빅맥과 햄버거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각한 종파 갈등과 극심한 경제난 때문이다.
레바논의 수백% 물가상승률로 통화 가치는 90% 이상 폭락했다. 이 같은 경제 상황이 맥도날드의 메뉴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저렴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로 유명한 맥도날드 정신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레바논에서 판매되고 있는 그랜드 치킨 스페셜의 가격은 3만원대이다. 지난 2월 코로나19 창궐 이후 한국과 레바논의 축구 경기는 처음으로 열리는 유관중 경기였으나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지 못했다. 레바논이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 속에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화폐 가치가 폭락해 작은 단위의 지폐는 휴지조각이 됐다.

한편 홍콩에서는 몇 년 전부터 집도 있고 직장도 있는 이들이 밤마다 맥도날드를 전전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들을 '맥난민(McRefugee)' 또는 '맥슬리퍼(McSleeper)'라고 부른다. 그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고 있다. 3분의 2 이상은 월세든 자가든 자기 집이 있다. 실직자나 노숙자가 아닌 것이다. 맥도날드에서 잠을 청하는 자들이 가장 많은 곳은 집값이 급등한 것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이들이 밤마다 맥도날드로 향한 이유는 홍콩의 열악한 주거환경이 이유다. 평(3.3㎡)당 1억원을 넘나드는 비싼 가격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사람이 많지 않다. 홍콩 주민들은 임차료가 낮은 공공 임대주택으로 몰리나, 이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공공임대주택 입주 지원자가 입주하기까지 평균 대기기간은 5년이 넘는다. 서가에 꽂힌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The McDonaldization of Society)'라는 사회학 서적을 펼쳐 본다. 책은 패스트푸드의 효율성을 앞세워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효율성, 예측가능성, 계산가능성, 통제가능성이라는 4가지 합리성 원칙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 현대사회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만든 지도 오래다. 저자인 조지 리처는 합리성을 바탕으로 막대한 이익을 제공하는 맥도날드화의 이면에는 합리성이 초래하는 불합리성이 존재하고, 인간 자체를 비인간화시키는 폐해가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일본에서 오랜 디플레이션과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아 햄버거 가게는 역풍을 맞는다. 맥도날드의 점포 수는 2002년 3892곳을 피크로 2010년에 약 1000개가 줄었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면 시장은 위축된다. 특히 고객층이 젊은 세대가 중심인 햄버거는 고령화로 인해 수요가 줄어든다는 전망이 많다.
햄버거 걱정을 하는 게 아니다. 물가안정, 주택가격 안정, 저출산율 해결 같은 난제가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합계출산율 0.81이란 통계 수치가 맥도날드 옆에 놓여 있다.

조원경 울산시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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