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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변호인 선임 전 수용자 자유접견 제한 합헌…악용 우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월24일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 선고를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2022.2.2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월24일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 선고를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2022.2.2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변호사가 수임계약 전 수용자와 접견시 접촉차단 시설이 없는 접견실이 아닌 일반접견실에서 접견하도록 제한한 시행령은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현재 수용자가 소송대리인을 접견할 때는 접촉차단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접견실에서 자유로운 접견이 허용된다. 변호인 선임 예정이라도 정식 수임계약 이전일 경우 접촉차단 시설이 설치된 일반접견으로도 충분히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취지다.

헌재는 변호사 A씨가 구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형집행법 시행령) 제58조 제4항 제2호에 대해 "변호사인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제기한 위헌확인 사건에서 재판관 4대5의 의견으로 기각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A변호사는 지난 2018년 원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B씨와 접촉차단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접견실에서 접견하겠다고 신청했다. 교정당국은 B씨가 소송대리인이 되어달라는 서신을 보냈지만 정식 선임 이전이라는 이유로 이를 불허하고 접촉차단 시설이 설치된 접견실에서 일반접견만 허용했다.

A변호사는 선임 예정인 변호사 역시 소송대리인과 마찬가지로 접촉차단 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수용자 접견을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며 형집행법 시행령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헌재는 이에 대해 A변호사가 이후 B씨의 소송대리인으로 선임된 만큼 접촉차단 시설에서 접견하지 못하게 한데 대한 심판청구는 각하하고, 시행령 심판청구는 기각했다.

헌재는 "소송대리인 선임 여부를 확정하기 위한 단계에서는 접촉차단 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접견하더라도 그 접견의 목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의사소통이 심각하게 저해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소송제기 의사가 진지하지 않은 수용자가 이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소송대리인이 되려는 변호사의 경우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수용자와 접견하도록 되어 있어 다소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선임 여부의 의사를 확인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 할 수 없다"며 "접견 외 여러 방법을 통하여 수용자의 의사를 확인할 길이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불이익의 정도가 크지 않다. 반면,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라는 공익은 청구인이 입게 되는 불이익에 비하여 중대하다"고 덧붙였다.

재판관 4명의 기각의견과 달리 이선애·이석태·이은애·이영진·김기영 5인은 인용의견을 냈다.

이들은 "소송사건의 청구 요건, 향후 재판진행 절차, 소요되는 비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수용자와 충분히 상담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을 수 있으며, 소송사건의 경우 절차가 복잡하거나 사실관계, 법리 파악이 어려운 사건도 있을 수 있다"며 "숫자, 도표, 법조문 등 구체적인 사항과 관련하여 충분한 의사소통이 필요할 수도 있으므로 소송대리인 선임단계에서 필요한 의사소통의 정도가 언제나 낮을 것이라고 일률적으로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용자가 수용 중 발생한 사건이나 교정시설 및 관계자를 상대로 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변호사 접촉차단 시설로 인해 비밀유지가 어렵고, 검열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청구인에 대한 기본권 제한과 공익목적의 달성 사이에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재판관 4대5로 헌법소원 인용의견이 다수였지만 심판정족수 6명에는 미달함에 따라 심판청구는 기각됐다. 아울러 이번 헌재의 판단은 구 법령에 대한 것으로, 현재 해당 조항(제58조 제4항)은 2019년 10월 대통령령 제30134호 개정에 따라 삭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