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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떨고 있니?"…러시아서 기분내던 쿠첸, 우크라이나 사태에 긴장

뉴스1

입력 2022.03.03 06:05

수정 2022.03.03 10:09

쿠첸 멀티쿠커 '플렉스쿡'(쿠첸 제공)© 뉴스1
쿠첸 멀티쿠커 '플렉스쿡'(쿠첸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밥솥명가' 쿠첸이 러시아를 해외시장 공략의 발판으로 삼으려다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현지에서 인기몰이 중인 멀티쿠커 제품 수출을 대폭 늘리자마자 러시아를 향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본격화해서다.

쿠첸은 2월까지 선적한 물량에 대해 수금을 완료해 서구권의 금융제재에 따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러시아 중심의 해외시장 진출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쿠첸의 러시아 현지화 전략 및 해외시장 확장 계획이 위기를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8일째에 접어들며 루블화 가치하락에 따른 피해가 커지면서 수출을 지속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지화 전략에 따라 러시아어로 개발된 멀티쿠커 '플렉스쿡'은 지난해 9월부터 러시아로 수출됐다.
한식 레시피가 내장된 기존 제품과 달리 러시아 현지 쉐프가 직접 만든 레시피 70개가 탑재됐다.

플레스쿡은 현지 러시아인들 취향을 저격하며 예상을 뛰어 넘는 인기를 얻었다. 85만 달러(약 10억2500만원) 규모의 첫 선적 물량은 두 달 만에 매진됐다. 쿠첸은 지난해 12월 긴급 항공선적까지 진행하는 등 러시아 현지 수출을 위한 생산·공급을 대폭 늘렸다.

쿠첸 내부에 따르면 당초 설정한 플렉스쿡 연간 수출 목표량을 올해 상반기 내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자 수출 목표량을 기존대비 3배 가까이 높여 재설정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쿠첸이 대금회수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우려했다. 러시아를 향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본격화 하면서 대금결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국내 수출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가 제재로 현지 은행들이 스위프트(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배제하면서, 러시아 발주기업(바이어)이 대금을 지급하려 해도 달러 결제가 불가능하게 됐다. 또 제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루블화 가치하락에 따른 환차손 부담으로 인한 대금결제 지연이나 거부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쿠첸은 다행히 한 발 빠르게 수금을 완료해 러시아를 향한 경제제재에 따른 직접적인 손실은 피해갔다고 공식 답변했다.

쿠첸 관계자는 "러시아에 대한 수출 관련 현재 2월까지 선적한 모든 물량에 대한 수금을 완료해 금융봉쇄에 따른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시 대러시아 수출은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발판으로 중앙아시아와 유럽 등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도 수정에 나선 모습이다.


쿠첸 관계자는 "러시아 이외 기존 거래 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매출을 늘리고, 신규 거래처도 찾고자 한다"며 "러시아 시장에 대해선 사태가 진정되고 금융봉쇄 등이 해제되는 대로 수출을 더욱 확대해 매출 감소를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밥솥명가 쿠쿠홈시스(쿠쿠전자)는 9년 전인 2013년 멀티쿠커 제품이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들어선 전체 매출에서의 러시아 비중은 극도로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쿠홈시스 관계자는 "10년 전에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로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면서 "러시아 제재에 따른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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