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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김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0 18:48

수정 2022.03.10 18:48

[강남시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이 좋다. 시스템과 조직에 최선을 다한다는 말일 거다. 윤석열 당선인은 정치초보라고는 하지만, 내공이 있다. 사시 9번 치르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 했을 것이다. 이때부터 쌓인 내공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검찰 조직에서 26년을 일했다면 거기서 나오는 의지도 만만치 않다.


대선 승리로 윤 당선인은 현대 정치사에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겼다. 처음 도전한 정치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것도, 검찰 출신이 대통령이 된 것도, 서울대 법대 출신이 청와대 주인이 된 것도 모두 처음이다. 또 윤 당선인은 서울 출신 첫 대통령이다.

검찰총장 시절 겪은 일들은 역설적으로 그가 야권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2013년에는 현재의 국민의힘, 2020년에는 더불어민주당에 모두 당당하게 맞섰던 점이 부각돼 좌우 진영에 얽매이지 않은 '강골 검사'란 이미지를 국민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문재인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윤 당선인은 정작 검찰수장이 된 뒤 격랑에 휘말렸다.

문 대통령의 '페르소나'로 불렸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비리 의혹, 부인 정경심 전 교수의 사모펀드 의혹 등을 둘러싼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월성 원자력발전소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까지 밀어붙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당선인을 통제하려 했고, 당선인 측근들은 지방으로 흩어졌다. 사상 초유 검찰총장 직무집행정지 명령까지 내려졌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을 앞세운 여권의 압력이 강해지면서 역설적으로 윤 당선인의 정치적 무게감도 커졌다.

윤 당선인이 문재인 정권과 맞서는 상징적 인물로 부각된 계기다.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특유의 소탈하고 호탕한 성격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검찰총장이 임기 중 사퇴해 야당 후보로 정치에 나섰기 때문에 검찰의 중립성 훼손은 과제로 남게 됐다.

앞으로 검찰이 정치권을 수사할 경우 여야 어느 쪽에서도 이를 적극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실제 검찰 인사들도 이를 발판으로 정계에 입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다수 검찰총장이 청와대와 각을 세우거나 검찰개혁 관련 조직 내부반발 등을 이유로 논란에 휘말렸고,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윤 당선인처럼 이를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 선거에 출마하는 경우는 없었다. 국정운영을 두고 협치해야 하는 이유다.

윤 당선인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정직한 머슴"을 앞세워 유권자에게 호소했다.
유세 과정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던 그는 결국 '승리의 어퍼컷'을 선보였다.

지난해 6월 29일 정치 입문을 선언한 지 254일 만이다.
이 어퍼컷 세리머니가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전 분야의 승리의 어퍼컷이 되길 바란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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