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주주는 불만세력이 아닌 동반자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7 18:48

수정 2022.03.17 18:48

[강남시선] 주주는 불만세력이 아닌 동반자
'본때를 보여줄게' '기다려, 기대에 보답(?)해줄게' '이번에는 제대로 힘을 보여줘야 한다.'

마치 전투를 앞둔 사람들의 마음가짐인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주주총회 참석을 예고한 개인투자자들의 마음이다. 뭔가 불만이 가득하고 다소 섬뜩할 정도다.

지난 16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주총 시즌이 본격 개막했다. 이번 주에만 유한양행과 포스코, 삼성물산 등 101개사가 주총을 한다.
매년 주총을 앞두고는 긴장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경영진의 판단 실수로 주가가 하락하거나 주주를 배려하지 않는 행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는 이전보다 확실히 심각하다. 금리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악재로 주가가 급락해 자산가치가 줄어든 상황에서 투자자를 배려하지 않는 기업의 의사결정이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주주로서 '배려'가 아닌 '무시'를 받았다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전운마저 감도는 곳이 많다.

500만명 이상이 주식을 보유해 국민기업이 된 삼성전자 주총에서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은 투자자들에게 사과를 했다. 6만전자로 추락한 주가에 대한 불만, 제품 품질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자 최고경영자(CEO)가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날 주총장에 참석한 투자자는 1600명, 지난해 900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만큼 주주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올해 개인주주와 기업 경영자 간의 비우호적인 모습은 자주,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적분할을 예고한 LS일렉트릭과 세아베스틸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광주 붕괴사고로 주가가 급락한 상태여서 난항이 예고된다. 국민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이미 하나금융공인재단, 효성화학 등의 일부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물론 개인투자자들이 목소리를 높인다고 회사 측이 내놓은 안건들이 무산되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다. 그래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결정에 관심이 모이기도 하지만 실제 안건이 무산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개인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들의 주총 준비는 어려워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장사 10개 중 9개(88.4%) 정도가 '주총 준비가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주주 행동주의가 강화된 데다 사업보고서 사전공시 의무화 등 행정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불만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삼성전자 주총장 로비에는 특이한 구역이 생겼다고 한다.
'삼성전자 주주총회 포토존'과 '응원메시지 월'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선한 모습이다.


주주는 불만세력이 아니고 기업의 미래와 함께하는 투자자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증권부장·부국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