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적 해법으로 두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구동존이와 춘풍추상이다. 구동존이(求同存異)는 먼저 공통점을 구하고 차이는 놔둔다는 뜻이다. 중국 저우언라이 외교장관이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회의에서 참가국 간 이견을 조율하는 해법으로 제시했다. 나중에 덩샤오핑은 중·미 관계 개선에도 구동존이 원칙을 적용했다.
윤석열 정부는 오는 5월 역대급 여소야대 구도 아래서 출범한다. 국민의힘은 110석에 불과하다. 새 정부를 견제할 더불어민주당은 172석이다. 진보 성향 무소속 6명을 합치면 모두 178석에 이른다. 이 구도가 오는 2024년 4월 총선 때까지 이어진다. 어느 정부든 처음 2년이 제일 중요하다. 윤 당선인에게 구동존이를 통한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0.73%포인트로 갈린 대선 득표율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구동'할 수 있는 국정과제는 넉넉하다. 윤 당선인은 340쪽이 넘는 대선공약집을 내놨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내놓은 공약집은 390쪽에 이른다. 찾기만 하면 공통점은 널려 있다. 대선 토론회 때 후보들이 모두 동의한 국민연금 개혁이 좋은 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도 큰 틀에서 보면 대동소이하다. 초반에 4대강·탈원전·소득주도성장처럼 서로 싸울 여지가 큰 프로젝트는 금물이다. 때론 과감한 양보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여기면 양보는 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국민이 보기엔 양보하는 쪽이 이기는 쪽이다.
또 하나, 춘풍추상(春風秋霜)은 따로 야당에 협조를 구할 필요도 없다. 오로지 윤 당선인 몫이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서리처럼 엄하게 하면 된다. 춘풍추상은 지도자의 단골 좌우명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도 집권 2년차이던 2018년 2월 춘풍추상이라고 쓴 액자를 비서실에 돌렸으리라.
아뿔싸, 문 정부는 제가 놓은 춘풍추상의 덫에 걸렸다. 오히려 상대방을 대할 땐 엄하게 굴고, 자기편을 대할 땐 봄바람처럼 보들보들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할 땐 추상 같았지만 '조국 법무장관'을 대할 땐 춘풍 같았다. 항간에선 이를 두고 내로남불이라고 불렀다. 윤 당선인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때론 자기편이라도 읍참마속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재임 1981~1989년)은 성공한 대통령의 모델이다. 퇴임 시 지지율이 68%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맞먹었다. 레이건은 위대한 소통가란 칭송을 받았다. 취임 후 첫 100일 동안 49차례에 걸쳐 467명의 의원을 만나 소통했다. 그만큼 입법에 공을 들였다. 성공한 대통령 타이틀은 거저 오는 게 아니다.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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