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1 18:35

수정 2022.03.21 18:35

[곽인찬 칼럼]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대통령학 전문가인 함성득 교수(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는 "지역과 이념 그리고 연령을 초월하여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성공한 대통령은 아직 없다"고 말한다('제왕적 대통령의 종언'). "새 대통령에게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었으나 결과는 언제나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함 교수는 학자적 해법을 두루 제시한다. 하나만 들자면 입법의 달인이 되라고 조언한다. "타협과 설득에 기초한 정치적 조정자 역할이 대통령의 성공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여야 협치다.

기자적 해법으로 두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구동존이와 춘풍추상이다. 구동존이(求同存異)는 먼저 공통점을 구하고 차이는 놔둔다는 뜻이다. 중국 저우언라이 외교장관이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회의에서 참가국 간 이견을 조율하는 해법으로 제시했다. 나중에 덩샤오핑은 중·미 관계 개선에도 구동존이 원칙을 적용했다.

윤석열 정부는 오는 5월 역대급 여소야대 구도 아래서 출범한다. 국민의힘은 110석에 불과하다. 새 정부를 견제할 더불어민주당은 172석이다. 진보 성향 무소속 6명을 합치면 모두 178석에 이른다. 이 구도가 오는 2024년 4월 총선 때까지 이어진다. 어느 정부든 처음 2년이 제일 중요하다. 윤 당선인에게 구동존이를 통한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0.73%포인트로 갈린 대선 득표율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구동'할 수 있는 국정과제는 넉넉하다. 윤 당선인은 340쪽이 넘는 대선공약집을 내놨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내놓은 공약집은 390쪽에 이른다. 찾기만 하면 공통점은 널려 있다. 대선 토론회 때 후보들이 모두 동의한 국민연금 개혁이 좋은 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도 큰 틀에서 보면 대동소이하다. 초반에 4대강·탈원전·소득주도성장처럼 서로 싸울 여지가 큰 프로젝트는 금물이다. 때론 과감한 양보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여기면 양보는 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국민이 보기엔 양보하는 쪽이 이기는 쪽이다.

또 하나, 춘풍추상(春風秋霜)은 따로 야당에 협조를 구할 필요도 없다. 오로지 윤 당선인 몫이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서리처럼 엄하게 하면 된다. 춘풍추상은 지도자의 단골 좌우명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도 집권 2년차이던 2018년 2월 춘풍추상이라고 쓴 액자를 비서실에 돌렸으리라.

아뿔싸, 문 정부는 제가 놓은 춘풍추상의 덫에 걸렸다. 오히려 상대방을 대할 땐 엄하게 굴고, 자기편을 대할 땐 봄바람처럼 보들보들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할 땐 추상 같았지만 '조국 법무장관'을 대할 땐 춘풍 같았다. 항간에선 이를 두고 내로남불이라고 불렀다. 윤 당선인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때론 자기편이라도 읍참마속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재임 1981~1989년)은 성공한 대통령의 모델이다. 퇴임 시 지지율이 68%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맞먹었다. 레이건은 위대한 소통가란 칭송을 받았다.
취임 후 첫 100일 동안 49차례에 걸쳐 467명의 의원을 만나 소통했다. 그만큼 입법에 공을 들였다.
성공한 대통령 타이틀은 거저 오는 게 아니다.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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