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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기축통화의 꿈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4 18:37

수정 2022.03.24 18:37

[fn광장] 기축통화의 꿈
최근 대통령 후보 토론과정에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기축통화(Key Currency)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원화가 조만간 기축통화가 될 수 있기에 정부 지출을 추가로 확대할 수 있다는 논거로 제시되었다.

과연 기축통화란 무엇인가? 국제무역결제, 환율평가, 대외준비자산으로 사용되는 국제통화이다. 현재 미국의 달러화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달러 이외에도 국제거래에서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중국의 위안화 등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통화다. 그러나 달러에 비하면 역할과 비중이 아직 미흡하다.
이들 통화는 달러화와 함께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된 '교환성통화'로서 국제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자유롭게 교환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은 통화이다.

17세기 이후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했다. IMF를 설립해 국제금융질서를 개편하고 금본위제를 적용한 달러가 그 지위를 확보했다.

기축통화국은 국채발행을 통해 재정지출을 확대해 국가 채무한도가 늘더라도 국가신인도 유지에 문제가 없다. 기축통화국이 누리는 장점이다. 미국의 국가부채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139%이지만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에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위기 시마다 달러화는 안전자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기축통화국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경제력을 갖추어야 하고 모든 국제거래에서 폭넓게 사용돼야 한다. 통화가치가 안정이 돼야 하며 국제적으로도 선진화된 금융시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배제키로 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원유 등 원자재를 수출하고 수출대금을 스위프트를 통해 받아 왔다. 스위프트 배제로 러시아은행은 국제자금거래를 사실상 할 수 없게 되었다. 대외채무에 대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은 대외정책의 수단으로 이란, 북한과 같은 제재대상국이 기축통화인 달러 결제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기축통화를 대외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달러 사용을 우회하는 다른 시스템을 구축해 궁극적으로는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약화시킬 우려도 있다.

원화가 기축통화가 된다는 것은 사실상 우리의 경제력과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지위를 감안하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우선 원화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교환성통화'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원화의 국제화를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준비 없이 원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어 거시경제 안정성을 저해할 수가 있다.

단계적으로 추진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해외에서 원화를 환전하고 원화표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축통화의 꿈보다는 원화의 국제화가 새로운 정부의 정책과제가 되어야 한다.
원화에도 자유를 허용할 시기가 왔다.

최희남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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