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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한은총재 공석 장기화 안된다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7 18:34

수정 2022.03.27 18:34

[강남시선] 한은총재 공석 장기화 안된다
역사적으로 중앙은행 총재들이 주목을 받는 시기가 있었다. 물가는 치솟고, 시스템 위기를 겪은 격변기였다. 1980년대 최악의 인플레이션 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을 지낸 폴 볼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벤 버냉키가 대표적이다.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에게 쏠리는 세계 이목은 지금이 과거와 비견되는 위험한 시기라는 방증이다.

중앙은행 총재에 대한 이목 집중은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영국, 일본 등 선진 주요국도 비슷하다.
금융시스템이 훼손됐거나 경기급랭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 낸 덕분이다. 금리조절 외에도 새 치료법으로 양적완화라는 돈 풀기 정책도 구비했다.

한국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한은 총재 입을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 기준금리를 최근 3차례나 올리는 등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해서다. 대출이자는 얼마나 늘까.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까. 경제활동을 한다면 내 삶의 상당 부분은 한은의 움직임과 직결돼 있는 것이다. 1900조원에 가까운 가계부채 탓에 일상을 금리가 지배하고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대내외 상황 또한 엄중하다. 코로나 팬데믹은 진행형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와 서방세계의 대러 경제제재로 세계 경제는 혼돈 속에 있다. 원유 등 원자재 값이 폭등하고 있다. 물가는 급등하고, 환율은 불안하다. 리스크 아닌 것이 없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거시경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한은 총재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시기다.

한은 총재 자리가 신구권력 충돌지점이 된 부분을 우려한다. 집무실 이전, 인사, 사면 문제 등으로 얽힌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간 대치국면이 문재인 대통령의 이창용 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의 한은 총재 지명으로 더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법적으로 임명권을 가진 청와대가 한은 총재를 지명했지만, 당선인 측이 반발하면서 이 지명자의 국회 청문회 일정 잡기부터 여야 간 실랑이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은 총재로서 이 지명자의 능력과 자질 문제가 아니라 협의 절차의 진실공방이 중심이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신구권력 양측 모두 이 지명자를 인정한다는 신호여서다. 다만 양측의 갈등 격화로 청문회 등 임명 절차가 지연되는 최악의 경우를 우려한다. 과거 후보 지명부터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아무리 짧아도 16일 걸렸다. 내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도 새 총재 참석이 어려울 공산이 크다.

경기침체 속 고물가가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까지 제기되는 경제상황이다. 이처럼 비상한 위기 대응이 필요한 시기에 총재 공석은 통화정책 실기와 금융불안을 키울 수 있다. 더구나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 때까지 활동을 상당 부분 제한받는다.
한은 총재라도 정상행보를 해야 한다.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첫 회동에서 깔끔하게 마무리하기를 기대한다.
한은 총재 공백 장기화는 안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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