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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새 정부에 기대하는 여성 정책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30 18:29

수정 2022.03.30 18:29

[fn광장] 새 정부에 기대하는 여성 정책
최근 600여개 시민사회 대표들이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를 위해서 모였다. 요즘 상황을 보면 2008년 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던 해의 데자뷔이다. 그때도 여성가족부 폐지가 뜨거운 감자였다. 굳이 2022년과 2008년의 다른 점을 들라고 하면 2008년에는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여성가족부를 폐지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번복한 점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찬반 논쟁으로 갈등만 조장해놓고 여성가족부는 미니 여성부로 존치되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존폐 논란을 겪으면서 명맥을 유지해온 여성가족부는 이제 스무 살을 막 넘었다.


20년 동안 여성가족부가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서 한 일은 호주제 폐지 등 수없이 많다. 그런데도 폐지 여론이 존치 여론보다 더 높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왜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여성가족부가 여성만을 위해 일한다는 오해를 받고 있던 차에 서울, 부산 시장 등 여권 유력 정치인들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여가부 장관 등의 부적절한 처신 등이 폐지의 빌미가 된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여가부가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국민 여론에 결정타가 되어버린 셈이다.

오늘 아침에 지인이 떠다니는 글을 카톡으로 보내주면서 사실이냐고 물었다. 여성부 예산이 31조원이며 인건비는 1조4000억원이냐는 것이다. 황당한 가짜 뉴스였지만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렇듯 여성가족부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일부 여성만을 위한 부처라는 인식과 이를 둘러싼 오해이다. 새 정부에서는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젠더 통합 정책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

지난주에 한국거래소에서 주관한 링더벨(Ring the Bell) 캠페인에 참여했다. '성 평등을 위한 종을 울리자'라는 의미의 '링더벨' 캠페인은 매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점으로 전 세계 증권거래소에서 열리는 타종 행사다. 다양성에 대한 인식 개선과 성 평등 증진을 목표로 110여개 거래소가 연대하는 글로벌 이벤트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성 평등을 이루기를 기대하면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참여했으며, 거래소도 자본시장 플랫폼으로서 성 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필자도 새 정부에 기대하는 여성 정책과 젠더 화합의 염원을 담아서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종을 흔들었다. 종을 흔들다 보니 종소리의 효과인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곧 출범할 새 정부가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해서 여성을 홀대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예단이다.

새 정부에서는 네 편 내 편 가르지 말고 모든 국민을 위한 정부였으면 좋겠다.
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의 어젠다의 하나로 젠더 통합이 포함된 것을 보면 새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MZ세대인 최안나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젠더 통합을 위한 가치관과 국정철학이 향후 정부 조직개편에 담기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5년 동안 새 정부와 함께 우리 사회가 국민 통합을 이루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국민의 소망일 것이다.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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