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5년 뒤 성공한 대통령의 조건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7 18:27

수정 2022.05.04 11:22

[강남시선] 5년 뒤 성공한 대통령의 조건
윤석열 정부 출범이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때마침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 지출안이 의결되면서 정권이 교체됐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향후 5년간 윤석열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움직임도 역동적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발표하는 등 내각 인선과 정부 조직 개편이 한창이다.

가만히 인수위 명단을 들여다보면 낯익은 이름이 많다. 10년 전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명함을 나눴던 사람들이다.
김은혜 전 인수위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고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 역시 경제금융비서관, 비상경제상황실장을 역임했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윤한홍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팀장은 행정자치비서관, 이상휘 당선인 비서실 정무 2팀장은 춘추관장을 지냈다. 인수위 명단에 없지만 경제부총리에 이어 비서실장에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는 경제금융비서관과 국정과제비서관으로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이명박 정부와 인연을 맺었던 인물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뉴스에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정작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아직 수감 중이다. 이 전 대통령 특별사면이 거론되지만 여론은 아직 차갑다. 그래서인지 "이 전 대통령은 왜 이리 인기가 없어요? 주변에 사람도 없는 것 같다"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중도 실용주의'라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에 그 해답이 있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는 주식회사와 비슷하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정권을 잡기 위해 이명박 주식회사를 세웠고, 실제로 정권을 잡자 중도 실용의 원칙에 따라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적극 고용했다. 박근혜 정부로 정권을 넘겨주면서 자연스럽게 청산 과정을 거쳤다. 그동안 정권은 이념집단이었다. 그래서 팬덤 현상이 있었고 정권이 끝난 뒤에도 이념과 팬덤은 고스란히 남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사모'가 그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박사모'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파'가 든든히 뒤를 받치고 있다. 임기를 한 달 앞두고 지지율 40%를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팬덤 대신 전직 대통령 문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당시 '재임 때보다 퇴임 후 더 존경받는 대통령'이라고 평가를 받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롤 모델로 자주 거론됐다. 실제 지난 2010년 청와대에서 이 전 대통령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내외가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그 꿈은 이루지 못했다.

"잊혀진 삶 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보다 윤석열 당선인이 한국형 전직 대통령 문화의 첫 테이프를 끊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윤석열 정부에 전직 대통령 문화를 말하는 것은 성공한 정권으로 평가받아야 전직 대통령 문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첫 출발은 5년 뒤 전직 대통령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게 아닐까.

courage@fnnews.com 전용기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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