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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내각인사·정부조직' 관전법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4 18:39

수정 2022.04.14 18:39

[강남시선] '내각인사·정부조직' 관전법
윤석열 정부 내각 인선이 급물살을 타면서 5년을 이끌어 갈 리더층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윤 당선인 측근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관료들 가운데 고르고 골라 전진배치했으니 능력주의·실용주의 인사라고 칭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인물들의 프로필 면에서 서울대·경기고의 전진배치에다 전문가, 관료, 교수 출신이라는 키워드를 망라하면 이번 내각 인사의 특징은 한 단어로 수렴한다. 바로 '엘리트주의' 인사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강조한 소수 엘리트주의는 지식과 정보 공유 인프라가 열악한 환경에서 환영받은 통치방식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과 커넥티드 환경이 펼쳐진 현대사회에 어울리는 통치방식의 정답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행정기관처럼 관료주의 조직보다 변화 속도가 빠른 민간 조직의 변신을 잣대 삼아 새 정부의 내각 인선과 정부조직개편을 관전해보는 건 의미가 있겠다.

우선, 10년 전 혹은 15년 전 정부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엘리트 관료를 대거 재발탁하는 경우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구관이 명관인 것처럼 안정적 국정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윤 당선인의 대선 당시 공약집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반면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예전 정책에 익숙한 관료들의 업무성향은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루틴에 기댈 공산이 크다. 좋은 제도를 익숙하게 안착시킬 때가 있고, 더 좋은 제도로 이행하기 위해 기존 제도를 깨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요즘 민첩하고 기민하다는 의미의 '애자일' 조직이 혁신기업의 화두라는 점도 정부조직개편 때 곱씹어 볼 대목이다. 전통적으로 피라미드 구조이면서 상명하복 방식인 관료주의 조직과 극단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애자일 조직은 자율적인 소규모 팀을 기반으로 수평적 소통과 의사결정을 추구한다. 엘리트 관료주의가 일부러 큰 밑그림을 그려서 이끌어주는 게 효율적인지, 현장의 목소리와 직접 맞물려가는 정책적 지원이 더욱 경쟁력 있는지 저울질해볼 시점이다. 실제로 정부조직법 개편 때 이 같은 논쟁이 불거질 수 있다. 통상 기능 이관을 두고 벌어진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 기싸움도 이러한 맥락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국가 간 혹은 다자 간 안보외교라는 큰 틀에서 통상을 다룰 것인지,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현장의 문제와 기대점을 민첩하고 기민하게 풀어가는 통상을 펼칠 것인지 일장일단을 따져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명한 국정철학이 없다면 엘리트 관료들과 정부조직개편을 단행해도 획기적인 혁신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새 정부의 정체성이 구체적으로 표방되고 나아갈 지향점을 누구나 알 수 있게 적시해야 혁신의 동력이 발휘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기간에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이슈만 기억에 남게 생겼다.
당초 취지와 무관하게 '이벤트 정치'에 매몰돼 있다고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다. 새 정부 초반 국민의 뇌리에 강렬히 각인되는 대표적인 국정철학 한 문구가 절실한 때다.
국정운영 출발과 함께 공유되는 국정철학이야말로 5년 동안 자발적 혁신과 개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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