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시한부 중기부?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7 19:01

수정 2022.04.17 19:01

[강남시선] 시한부 중기부?
"정식 논의된 바 없다." 뉘앙스가 미묘한 답변이다. 명사 '정식'이 붙지 않으면 '단언'이지만, 반대의 경우 약식이든 비공식이든 내부적으로 논의를 했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얼마 전 중소벤처기업부 해체설에 대한 인수위원회 입장이 그랬다. "논의된 바 없다"거나 "해체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으면 깔끔했겠지만, '정식'에서 덜컥거리는 느낌은 여전히 강하다. 이 때문인지 인수위의 해명에도 여진이 감지된다.
6·1 지방선거 이후 중기부가 존폐 기로에 설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상 시한부로 보는 셈이다. 차기 장관이 2차 내각 인선에서 내정됐지만 1996년 독립한 지 26년 만에 간판 걱정을 해야 하는 중기부의 험로를 뚫고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중기부는 어느 부처보다도 역할이 막중하다. 중기는 2019년 기준 국내 기업 1000개 중 999개에 이르고, 직장인 100명 중 83명이 급여를 받는 곳이다. 그만큼 한국 경제를 끌고 가는 허리이자 추진체이다. 이를 전방위에서 지원하는 지휘탑이 중기부다.

주요 선진국들도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기의 높은 비중을 감안해 정책전담 정부조직을 운영 중이다. 특히 미국의 중소기업청(SBA)은 다른 연방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대통령 직속 독립 행정기관이다. 각료회의에 참석하고, 중기정책의 수립 및 추진 과정에서는 각 부처에 대한 강력한 조정권한도 갖는다.

SBA에 힘을 실어준 건 미국 정부가 중기정책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핵심논리 '(대·중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든다'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대기업보다 인력과 재원이 열악한 기업을 지원해 시장경쟁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중기청이 2017년 중기부로 승격되면서 각 부처에 흩어진 중복·유사정책 등을 최대한 한데 모아 지원사업의 효율성을 높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원점으로 돌려놓는다면 대기업 중심의 현 산업정책에서 중기 정책이 구심점을 잃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중기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의 미래도 흔들린다. 창업, 마케팅, 기술혁신 등 주요 지원사업의 창구 일원화 시스템은 극대화해야 한다. 업계가 요구하는 소상공인 전담 차관 신설 등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정부의 한정된 재원으로 기라성 같은 글로벌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다. 모두 중기부의 역할과 위상이 강화돼야 가능한 일들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부처 기능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작금의 중기부가 맞닥뜨린 최대 현안이 아닌가 싶다.
이 같은 우려가 단순한 기우에 그치길 바랄 뿐이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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