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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 거는 기대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0 18:01

수정 2022.04.20 18:01

[fn광장]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 거는 기대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 주변을 걷다 보면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규장각을 볼 수 있다. 정조는 즉위와 함께 규장각을 설치하고, 과학과 기술을 국정의 핵심 가치로 끌어들였다. 규장각은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며, 실학이라는 시대정신을 가능하게 한 그 당시의 혁신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곧 새 정부가 출범한다. 팬데믹 장기화와 물가불안, 지정학적 위기 등 대내외 여건이 만만치 않다. 이렇게 증폭되는 불확실성과 일상화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200여년 전 규장각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도 새로운 혁신 구심점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핵심 공약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해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플랫폼은 다양한 의미가 있지만, 생산자·소비자가 상호 작용을 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접점이라는 뜻으로 자주 쓰인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이러한 공공·행정 서비스의 공급자인 정부와 수요자인 국민·기업이 함께하는 혁신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을 잘 활용하는 '일 잘하는 정부', 국민과 함께하는 '행정서비스의 대전환', 산업·사회·지역 전반의 '국가적 현안 해결'까지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변화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가장 먼저 '일 잘하는 정부'의 핵심 가치로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과거의 경험과 지식만으로는 국정 운영이 어렵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정책결정 시스템을 시급히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시스템의 완성도는 데이터 활용 역량에 달려 있다. 모든 공공 데이터의 적극적인 공유·활용이 필요하다. 플랫폼 정부에 축적된 양질의 데이터가 기업과 국민의 활발한 참여와 결합한다면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또한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한곳에서, 한 번에,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국민에게 먼저 다가가는 방식으로 공공·행정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국민이 알고 싶은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열려 있는 국민 소통의 공간으로서도 그 의미가 중요하다. 디지털 격차 없이 모두가 고루 이용하도록 접근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의 디지털 기술과 정부혁신 플랫폼이 결합한다면 새로운 산업 아이템으로 키워내는 성과도 기대해 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국가적 난제 해결에도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디지털 대전환, 인구절벽, 기후위기, 지역소멸 등 우리가 직면한 난제는 여러 이슈가 결합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또한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모든 부처가 난제 해결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역량을 모으는 협업 플랫폼이자 컨트롤타워로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역할이 요구된다.


우리는 이제 막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하지만 명실상부한 글로벌 선도국 도약을 위한 변곡점에서 우리가 맞이할 도전은 녹록지 않다.
변화·혁신의 리더십을 발휘할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개혁정치의 산실이었던 규장각과 같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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