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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원희룡 장관, 욕 먹을 각오로 일해 달라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4 18:57

수정 2022.04.24 18:57

[강남시선] 원희룡 장관, 욕 먹을 각오로 일해 달라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은 '공부천재'다. 1982년 1회 대입 학력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하며 서울대 법대에 수석입학했다. 10년 뒤엔 사법시험을 수석 통과했다. 공부로만 총 12번의 전국 수석을 했다고 한다. 제주 시골소년인 그는 대표적인 '개천의 용(龍)'이다. 믿기 힘들지만 "그저 학교 수업에 충실했다"는 게 공부비결이다.
어쨌든 전형적인 천재의 길을 걸었다.

20대 대선 과정에선 경선 낙마 후 '대장동 1타강사'로 변신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저격수를 자처했다. 주장의 신뢰성을 떠나 얽힌 실타래 같은 도시개발사업의 구조와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내는 능력은 돋보였다. 공부머리를 다시 증명했다.

원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토부 장관에 지명된 것도 대장동 사건이 일조했을 것이다. 그런데 원 위원장의 장관 인선을 보면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정치궤적이 투영된다. 두 사람 모두 3선 의원 출신으로 일찍부터 보수와 진보 진영의 미래 리더로 두각을 드러냈다. 의원 시절 국회 국토부 관련 상임위원회 경력이 전무한 것도 공통점이다.

그럼에도 김 전 장관은 실세 장관으로 불렸다. 밖에서는 '부동산5적' '빵뚜아네트' 등 불명예스러운 수식이 따라다녔지만 국토부 내에선 적잖은 지지를 받았다.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실세 부처에 밀려 눈칫밥만 먹던 국토부는 김 전 장관 재임 시절 감히 흔들 수 없는 부처였다. 대선후보까지 도전했던 원 위원장은 김 전 장관보다 더 막강한 장관이 될 것이다. 인선 과정에서 차이점도 있다. 김 전 장관은 '낙하산' 논란이 있었던 반면, 원 후보자는 아직 조용하다. 정권 교체의 열망과 대장동 1타 강사의 후광일 게다.

김 전 장관은 최장수인 3년 반 동안 국토부 장관을 지내며 문 정부의 '욕받이 무녀'였다. 스무번 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매번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었다. 언론과도 철저히 담을 쌓았다. 기자들에겐 '불통 장관'으로 기억된다.

새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부동산정책의 첫 스텝부터 꼬이고 있다. 문 정부와 김 전 장관이 주도한 부동산 규제와 민간공급 위축의 해법 사이에서 갈팡질팡이다. 원 위원장은 장관 내정 이후 규제완화에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양도세 규제완화, 임대차3법 폐지, 안전진단 등 재건축 규제 폐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등 현 정부의 모든 부동산정책을 비판했던 그다. 제주지사 시절 공동주택 공시가를 죄다 뜯어고쳐야 한다며 앞장섰던 것도 얼마 전이다. 규제완화 기대감에 집값 앙등 조짐을 보이자 덜컥 실감난 게 아닌가 싶다. 이해는 간다.
지금은 규제완화보다 확실한 공급확대책이 우선이다. 그럼에도 규제완화의 후폭풍이 두려워 너무 미뤄선 안될 일이다.
자존감 높은 원 위원장이지만 욕 먹을 각오로 일해야 한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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