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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사회갈등 유발하는 아빠찬스 유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8 18:51

수정 2022.04.28 18:51

[fn광장] 사회갈등 유발하는 아빠찬스 유감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다. 회사에 근무하던 후배가 상사의 지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상사가 친구의 딸을 인턴으로 채용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문제는 친구의 딸은 고등학생이었다. 고학력 인플레로 대학원생들도 인턴을 하려고 줄을 섰는데 다른 지원자보다 자격이 부족한, 상사의 제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선배 같으면 이럴 때 어떻게 결정할 거야?" 나도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상사의 지시를 거절하면 미운털이 박힐 것이고, 수용하면 능력기준 선발의 지침을 위반한 것이니 이러나저러나 꺼림칙한 결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끌다가 후배는 못하겠다고 상사에게 말했다고 했다. 그런 결정을 선택하는 동안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법에 위반되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의 부탁도 못 들어주나?' '공사 구별도 못하나?' 양쪽의 의견은 듣지 않아도 뻔하다. 우리 사회의 '아빠 찬스'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이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에서 경험했다. 그런데 지금 이와 비슷한 일이 장관 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아버지가 동문회장인 기관에서 딸이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되고, 아버지 회사에서 고등학생이 인턴을 했다. 법 위반 사유는 아니라 하더라도 아버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서 꼭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자녀의 인성발달과 교육에 더 효과적인 것은 아빠 찬스보다 아빠의 육아 참여다. 아빠의 육아 참여로 인한 '아빠 효과(Fathers' Effect)'가 자녀의 인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연구 결과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육아 참여 부족에 대한 미안함을 찬스로 보상하려는 것은 아닌지, 아빠 찬스를 아빠 효과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5년 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일어나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래 우리 사회에 공정성은 그 어느 가치보다도 중요한 시대정신이 되었다. 그러나 성장통일까? '공정하지 못함'에 대한 분노는 아직도 계속되며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 은재호 박사는 2020년 발표된, '공정성, 소통, 사회갈등의 삼각관계' 연구논문에서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인식이 커질수록 사회갈등이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사회갈등이 커지면 공적 소통보다 사적 소통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니 그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는 아직 절차의 공정함도 갖추지 못한 상황인데 '공정'의 기준은 더 확대되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저자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것은 착각'이라는 새로운 책을 최근 발간했다.
저자는 절차적 평등만 갖추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지적하며, 결과의 공정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과의 공정까지 갖추려면 갈 길이 멀지만, 차근차근 공정의 단계를 밟아 나가자. 이제 정말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서로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다면 사회갈등이 심해질 뿐만 아니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가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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