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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삭 칼럼니스트의 ‘팬’이라는 무기

입력 2022.04.29 12:00수정 2022.04.29 12:00
[SOME PEOPLE] 최이삭 칼럼니스트의 ‘팬’이라는 무기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 중, 유독 특별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언제든지 자기 생각이나 관심사를 SNS나 개인 공간(온라인)에 자유롭게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취미로 혹은 소질에서 그칠 수 있는 일을 누군가 알아봐 줄 때 글쓴이에게는 진짜 작가로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자칭 케이팝 팬 칼럼니스트(K-POP Fan Columnist)로 활동 중인 최이삭 작가는 오래전부터 곁에 있었던 케이팝을 소재로 삼아 글로 풀기 시작했고, 이를 알아봐 주는 이들과 팬들 덕분에 칼럼니스트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이삭 작가는 현재 '빅이슈 코리아', '롤링 스톤 코리아' 등에서 케이팝을 비롯한 대중가요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평소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그 외의 시간에는 칼럼니스트의 삶을 사는 최이삭 작가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룹 H.O.T.부터 방탄소년단까지. 20년 넘게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고 있어요. 회사원이기 때문에 저에게 케이팝에 관한 글을 쓴다는 건 먹고 사는 문제와 조금 떨어져 있는 느낌인 것 같아요. 30대 중반의 나이가 되니 아주 큰 불행이나 행운이 있지 않은 이상 어떻게 살아갈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이 가운데 글은 잔잔한 일상에 일부러 뛰어들어서 이벤트를 만드는 도전과 같아요. 여전히 취미와 꿈 사이에 있는 느낌이죠.(웃음)”

케이팝에 관한 글을 쓰지만, 최이삭 작가의 직업은 정적인 분야가 많았다. 앞서 국회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그는 당시 익명으로 성 평등, 정치 등과 같은 글을 주로 썼지만, 우연한 계기 덕분에 비로소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글을 쓰게 됐다고 전했다. 그의 진가를 알아본 빅이슈 코리아 편집장의 제안으로 정식으로 칼럼을 기고하게 된 것. 그리고 그는 방탄소년단의 칼럼을 팬의 입장, 칼럼니스트의 시각에서 썼고 자신을 작가로서도 알릴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빅이슈 코리아에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을 당시 방탄소년단의 해외 진출 성공 요인을 담은 기사들은 많았지만, 팬으로 볼 때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어요. 콘텐츠가 많지 않고 대형 기획사 출신이 아니라서 그들의 탄생부터 계속해서 관심을 두고 지켜본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비슷한 시기에 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시간적인 여유도 있어서 그들의 성공 요인을 비롯해 저의 아이돌 인생을 관통하는 글을 써나갔어요. 그리고 몇몇 글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자고 일어나니 SNS 팔로워가 폭발적으로 늘었던 기억이 나요.”

일과 사적인 영역을 분리했기 때문에 최이삭 작가의 ‘글’은 더욱 특별하다. 단순히 의무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잘 아는 분야에 충분히 시간을 투자해 깊이 공부하고 글을 썼기 때문에 그의 진심을 알아본 팬들이 늘어난 것. 그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에 대해서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써보자’라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다면, 지금은 방탄소년단에 대해 제일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남다른 포부를 전했다.

[SOME PEOPLE] 최이삭 칼럼니스트의 ‘팬’이라는 무기

“보통 칼럼 쓰기 전에는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해요. 멤버들에 대해 쓴다면 평소에 여러 소식을 접하고 확인하기 때문에 딱히 공부하지 않아도 아는 게 있지만, 다시 인터뷰를 찾아보고 여러 정보를 또 찾아봐요. 만일 뷔에 대해 쓴다면 그가 추천해준 노래를 수백 곡 들으면서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등을 파악하죠. 그러면서 저도 다시 아티스트를 재발견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반면 처음부터 알아가야 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글을 쓸 때는 배 이상의 공부가 필요한 것 같아요.”

글을 업으로 삼고 있지 않지만, 좋아하는 분야를 글로 풀어야 하는 만큼 남다른 고충이 있을 터. 최이삭 작가에게 글을 쓰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방탄소년단에 대한 글을 차례로 쓰기 시작할 때 겪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행복한 고민을 털어놨다.

“쓸수록 계속 더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방탄소년단 칼럼을 쓸 때가 떠오르는데 멤버들에 대한 애정과 상관없이 쓰기 편한 멤버가 있고 그렇지 않은 멤버가 있더라고요. RM과 정국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RM의 경우에는 작곡한 노래가 많고, 다양한 발언을 했기 때문에 발표된 것만으로도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정국의 경우에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 말수가 많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글 쓰는 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저의 주관이 될 수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후에는 더 꼼꼼하게 아티스트에 대해 알아가고 수시로 떠오르는 것들을 메모하고 있어요.”

특히 최이삭 작가는 자신의 ‘글’에 대한 책임감이 남달랐다. 그는 자신이 쓴 방탄소년단 칼럼이 좋은 반응을 얻은 이후 출판사로부터 책 출간 제안까지 받았지만, 고민의 여지 없이 이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최정상에 선 케이팝 아이돌과 관련된 글을 쓴다면 흥행과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작가로서 또 팬으로서의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의 경험이 아니라 생각이기 때문에 책으로 내는 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또 한 가지는 팬들은 굉장히 유능하고 지성적이에요. 그래서 책 제목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그룹의 이름이 들어간다고 해서 절대 그냥 사주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만약 칼럼을 직업적으로 생각했다면 제안을 받아들였겠지만, 생업과 연결해서 글을 쓰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직 까지는 쓰고 싶은 걸 즐겁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끝으로 최이삭 작가는 “방탄소년단의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목표이자 바람을 전했다. 그는 “사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누군가 궁금해하는 것들을 물어보고 싶다”고 칼럼니스트와 팬으로서의 꿈을 전했다.


‘글’에 있어 ‘애정’을 이길 수 있는 무기는 없을 것이다. 제한된 페이지 내에 글을 써야 하지만, 작가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보따리의 크기에서 그 결과물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평범한 회사원일 뿐”이라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쓰는 것밖에는 없다”고 말하는 최이삭 작가에게서 자신이 맡은 일을 소화하는 프로 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byh@fnnews.com 백융희 기자 사진=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