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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역사의 두 장면, 인플레와 디플레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4 18:31

수정 2022.05.04 18:31

[fn광장] 역사의 두 장면, 인플레와 디플레
인플레이션이 살아났다. 그것도 미국에서는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말이다. 문득 통화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화폐경제학' 이야기를 살펴본다. 화폐는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신뢰가 유지되어야 화폐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프리드먼이 이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있는 메시지다. 프리드먼은 중앙은행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K% 준칙을 주장했다. 경제의 흐름과 상관없이 매년 통화량 증가율을 K%로 일정하게 유지해야 사람들의 믿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현금을 많이 지니지 않고, 돈이 거래를 위해 도는 속도(화폐유통 속도)가 불안정하고 느려지는 상황에서 프리드먼의 이 준칙은 고수하기 어렵게 되었다. 프리드먼은 화폐유통 속도가 안정된 세상을 가정한 것이다.

프리드먼이 K% 통화준칙을 제기한 당시와 세상이 많이 달라져 중앙은행은 이제 통화량보다는 기준금리로 통화정책의 목표를 설정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금융위기 이후 일본과 유럽 일부 국가는 기준금리가 마이너스 금리로 떨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프리드먼은 이런 신뢰의 원칙을 항상 고수했을까? 프리드먼에게도 예외는 있었다. 바로 헬리콥터 머니다. 이는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새로 돈을 찍어내 시중에 공급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말한다. 금융위기 이후 2017년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까지 세계경제가 침체되어 있어 수요를 견인할 주체가 많지 않았다. 따라서 자산 가치를 올리면 간접적으로 수요가 창출될 걸로 믿는 견해보다 직접적 효과를 노리는 더 파격적인 프리드먼의 헬리콥터 머니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경제를 살릴 대규모 소비가 필요하고, 이자율 인하가 말을 듣지 않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지 않았을까.

유럽과 일본의 중앙은행은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 우려와 싸워왔다.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소비 수요를 더욱 옥죄었다. 불확실한 것이 만연한 뉴노멀이 그렇게 회자되었고, 인플레이션은 죽었다고까지 했다. 실업률이 역사상 가장 낮은 시기에 임금이 인상돼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아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의 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 커브가 누워버렸다는 표현이 나왔다. 리먼사태로 대표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약 13년 동안 양적완화가 계속됐다. 그 끝자락에서 사람들은 집값의 향방과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2022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의 대차대조표를 보니 기가 막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보유자산이 4조달러였는데, 그 두 배를 훨씬 넘는다. 얼마나 많은 채권을 사들이고, 그만큼 시중에 돈을 풀었다는 것인가? 코로나 이전에 푼 돈을 2017년 10월부터 서서히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곧바로 코로나가 터졌다. 자본주의 역사상 이렇게 많은 돈이 풀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주 공개된 미국 중앙은행 회의록은 돈 푸는 규모를 줄이고, 금리를 올린 뒤 여름 전에라도 곧바로 풀린 돈을 거두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5월 금리인상이 베이비스텝(0.25bp)이 아니라 빅스텝(0.50bp)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자이언트스텝(0.75bp)으로 갈 때 우리는 그 충격에 제대로 준비할 대비가 있을까.

조원경 울산시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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