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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강국' 이전에 핵 폐기물 문제부터…포화 시점 '째깍째깍'

뉴시스

입력 2022.05.08 17:01

수정 2022.05.08 17:01

기사내용 요약
尹정부, 원전 수명 연장·발전 비중 확대 공약
가동 늘면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 앞당겨져
방폐장 문제 해결 없이는 친원전 정책 불가능
경수로 원전 건식저장시설 건립 추진도 과제
계류 중인 특별법은 원전 연장 사실상 제한해

(출처=뉴시스/NEWSIS)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원전 강국'을 내세워 탈원전 정책 폐기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 확대를 위해 불가피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문제다.

원전 가동률(전체 시간 대비 가동 시간)이 길어지면 원자력 발전 이후 남는 핵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도 늘게 된다. 핵폐기물이 임시저장시설에 포화되는 시점도 앞당겨지는 셈이다.

이에 차기 정부는 수십 년이 소요되는 영구 처분시설 건설부지 확보와 함께, 포화가 임박한 경수로 원전에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동시에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발등의 불'인 건식저장시설 설치 과정에서도 지역민, 관련 기관과의 협의에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31년부터 순차 포화…더 앞당겨질 수도

8일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에 따르면 원전본부별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 포화도는 고리 원전(85.4%), 한울 원전(81.7%), 월성 원전(74.3%), 한빛 원전(74.2%), 신월성 원전(62.9%), 새울 원전(25.4%) 순으로 집계됐다.

각 원전의 포화 시점은 고리·한빛 원전 2031년, 한울 원전 2032년, 신월성 원전 2044년, 새울 원전 2066년 순이다. 아울러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총 50만4809다발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했다.

다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 비중을 높인다고 밝혀, 원전 가동률이 늘어 예상 포화 시점은 앞당겨질 수 있다. 인수위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운영 허가 만료 원전의 계속 운전(수명 연장)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되면 원전 가동은 멈출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는 심각한 사회 갈등으로 번져, 지난 40여 년간 부지 선정부터 9차례 실패를 겪었다.

역대 정부에서 '폭탄 돌리기' 식으로 해결이 미뤄진 가운데, 임시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 추가 원전 가동이 어려워진다. 차기 정권이 구상한 '원전 최강국 건설'은커녕, 아무런 문제가 없는 원자력 발전소마저 가동을 중단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부지 선정 시작해도 영구 처분장 건설 37년 걸려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는 고준위 방폐물 정책에 대한 공론화에는 진입했지만 여전히 큰 틀에서의 절차와 원칙, 일정을 제시한 수준이다.

우선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토대로 2016년 7월 '제1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현 정부에서는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1차 계획에 대한 재검토에 돌입했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지난해 12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부지 선정 절차를 시작한 뒤 20년 내 중간저장시설을 확보하고, 부지 선정 절차 개시 후 37년 후에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이 계획을 이행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 일단 인수위는 국정과제에 고준위 방폐물 처분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반영했다.

기존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에 총 53조3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는데, 정부는 제2차 기본계획 수립 등을 반영해 비용 재산정을 추진 중이다.

◆건식 시설·영구 처분장 확보 '투트랙' 추진 전망

차기 정부는 원전 외부에 안전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시설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고육책' 격으로 원전 내 저장시설의 한시적 확충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수로 방식인 월성 원전의 경우 원전 본부 내 건식 저장시설인 '맥스터'에 임시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경수로 방식인 다른 원전은 대체 시설이 없다. 현재 경수로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는 습식저장소에 보관되고 있다.

앞서 발표된 2차 기본계획에도 중간저장시설 가동 이전까지 원전 사업자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은 안전성이 입증된 건식 저장 방식을 채택했다고 명시됐다.

[울진=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9일 대선 후보 시절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을 방문한 모습. 2021.12.29. photo1006@newsis.com
[울진=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9일 대선 후보 시절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을 방문한 모습. 2021.12.29. photo1006@newsis.com


앞서 사용 후 핵연료 배출량이 경수로 원전보다 훨씬 많은 중수로 방식의 월성 원전에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이 신설·증설된 전례가 있어, 경수로 원전에 건식 저장 시설을 신설하는 것은 무리 없을 것이란 시각도 많다.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도입할 수 있고, 기술력도 갖췄다는 점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월성 원전에 이미 건식저장시설이 운영되고 있어 다른 발전소에 설치하는 데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수로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위한 주변 지역 주민 의견 수렴, 관련 기관 협의 등 절차에 상당 시간이 걸려, 당장 시작해도 절차상 2020년대 후반에서야 완공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서는 건식 저장 방식이 안전성이 입증돼 국제적으로 보편화됐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 중인 33개국 중 23개국이 건식 저장 방식으로 부지 내 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해외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건식 저장 시설이 상당히 일반화돼 있다"며 "설계·발주, 인허가 등에 각각 3년을 잡으면 (당장 설립 절차를 추진해도) 2020년대 후반에서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준위 방폐장 부지 확보도 '투트랙'으로 조속히 실행해 나가야 한다는 게 새 정부의 구상이다.

다만 현재 발의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수명 연장 원전에 대한 사용 후 핵연료 처리 관련 조항이 없어, 수명 만료 예정 원전의 계속 운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은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을 '설계 수명 이내의 가동분'으로 제한했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 기준을 설계 수명 내 발생하는 것으로 한정해 수명 연장을 봉쇄한 셈이다.


이에 관련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 윤 당선인의 '탈원전 폐기' 약속이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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