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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위기 압박에 中정부, "재정·통화정책 집중" 지시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12 11:54

수정 2022.05.12 11:54

- 코로나19 재확산과 봉쇄로 위기의 고용, 올해 사상 최대 대졸 취업 대기자
- 고용은 생계와 직결, 시진핑 국가주석 3연임 앞두고 최대 악재 중 하나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리커창 중국 총리가 코로나19 재확산과 봉쇄 후폭풍으로 경기 하방압력이 커지자, 재정·통화정책을 고용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생계 문제인 고용 위기로 민심이 동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둔 시점에서 최대 악재 중 하나로 꼽힌다. 리 총리는 지난 8일에도 기업이 일자리를 유지하도록 모든 정부부처와 기업에게 적절한 조치를 주문했다.

11일 차이신과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국무원은 전날 리 총리 주재로 상무회의를 열고 “재정·통화정책은 전체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고용을 우선에 둬야 한다”면서 “재정적 어려움이 있는 대졸자에 대한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하고 원금 상환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국무원은 이를 위해 세금환급, 사회보장보험료 납부 유예, 융자비용 절감 등 재정·통화정책을 고용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생계안정, 소비촉진, 일자리와 고용 활성화 차원에서 지역은 다양한 정책 도구를 추가로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이 올해 지방 정부에 배정한 고용보조금은 617억5800만 위안(약 11조7000억원)이다. 전년대비 51억6800만 위안 증가했다. 기업 부담을 낮추면 고용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2조5000억 위안의 기업 세금환급·감면 제도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런 고용 친화적 정책에도 코로나19 후폭풍은 거셌다. 뉴욕타임스(NYT)는 봉쇄로 공장과 가게들이 문을 닫으면서 농민공 2억8000만명, 대졸자 1100만명 등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실직자만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3월 기준 중국의 도시 실업률은 5.8%로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차이신은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임계점인 50 밑으로 추락하면서 고용 위축을 양산했다고 평가했다. 서비스 업종도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게 됐고 고용지수는 4개월째 위축 국면에 머물렀다.

여기다 올해 대졸자는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푸단대학교 글로벌인재발전연구센터 야오카이 주임은 이날 제일재경에 “올해 중국 대졸 취업 대기자는 작년보다 167만명이 늘어난 1076만명으로 역대 최대”라며 “고용 흡수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중소기업이 전염병의 충격이 컸다”고 진단했다. 리 총리가 수차례 중소기업 지원을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로코로나 봉쇄로 장기간 운영을 멈춘 기업들은 정부 압박에 직원 수는 줄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추가 고용을 꺼리고 있다. 당장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전면 봉쇄로 전 세계에 공급하는 아이폰을 대부분 생산하는 폭스콘(훙하이)은 신규 생산 인력 채용을 중단했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많을 때는 생산 인력이 35만명까지 늘어난다.

고용은 생계와 직결된다. 일자리가 없어지면 가처분소득은 급격히 줄 수밖에 없다. 중국 사회과학원 양즈융 재경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일자리는 민생의 근본이고 취업하지 않으면 소득도 없고 소비도 없다”면서 “고용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시장 주체를 보호하고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용 위기는 오는 10월 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 대관식을 준비하는 중국공산당과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실업자가 늘어나는 현실을 무시하고 “경제가 발전했다”며 시 주석의 치적으로 포장하기엔 쉽지 않다. 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고용은 안정적’이라는 시그널을 주는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무원 인사부 위자둥 부부장은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올 들어 고용 상황이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있다”면서도 “실업·산재보험료 단계적 인하 등 고용 안정을 위한 강력한 정책을 제 때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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