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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마조히스트여서 때렸다"…대학서 만난 남친 살인한 20대

뉴스1

입력 2022.05.15 08:00

수정 2022.08.17 15:42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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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같은 동아리 여자를 만났을 때부터 제 친구가 이상해지기 시작했어요."

부산의 대학생 A씨(당시 24세·여)가 남자친구 B씨(당시 25세)를 알게 된 것은 2020년 4월20일 학교 야구 동아리에 가입하면서부터 였다.

A씨는 야구팀 투수 겸 감독을 맡던 B씨와 술자리를 가지며 친분을 쌓고, 5월부터 정식으로 연인 관계가 됐다.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져 6월부터는 A씨 집에서 동거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도 B씨는 자신에게 어떤 불행이 찾아올지 상상하지 못했다. 동거 생활을 하면서 A씨는 집에 있던 야구방망이, 휴대전화 등으로 B씨의 전신을 여러 차례 때리는 등 본모습을 드러냈다.

무자비한 애인의 폭행에 B씨 얼굴은 만신창이가 됐고, 가위로 수십 차례 허벅지가 찔려 양쪽 무릎 피부가 벗겨져 연골이 드러나기도 했다.


11월9일 홀로 거동이 불가능해진 B씨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중 변기를 부러뜨렸다. A씨는 수리 요원을 부르기 전 B씨의 모습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같은 오피스텔에 사는 친구 집에 옮기기로 했다.

A씨는 친구와 함께 카트에 B씨를 태우고 옷을 벗긴 뒤 친구 집 화장실에 방치했다. 다음날 B씨가 화장실 바닥에 대변을 흘린 것을 보고 화를 참지 못한 A씨는 철제 커튼봉을 들고 B씨 머리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A씨는 B씨가 사망한 지 7시간이 지나서야 112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에게 발견 경위를 물었지만,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를 받던 A씨의 진술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B씨가 피학적 성적 취향이 있는 '마조히스트'였고, 자신을 때려달라는 남친의 반복적인 요구에 어쩔 수 없이 가학적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남자친구가 저한테 너무 집착할 때는 일부러 정을 떨어뜨리려고 가위를 휘두른 적이 있어요. 오히려 제가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B씨의 지인들은 B씨에게 피학적인 성향은 없었고, A씨를 만나기 전에는 몸에 상처가 없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평소 여자친구를 떠받들고 신격화하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B씨의 전 여자친구도 법정에서 "(B씨가) 변태적인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말한 적이 없다. 사귈 때 최대한 저를 맞춰주려고 했다"며 "정말 착한 사람이었는데 A씨를 만난 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B씨의 휴대전화 메모장에는 이런 글도 적혀 있었다. '(A씨가) 깨워달라고 하실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깨워드릴 것, 어떤 일이라도 여보의 일이 우선이기에 정신 차려서 행동하기, 안 그러면 전 남친과 연락(할 수도)'

1심은 살인 및 특수상해 혐의로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휴대전화 영상을 보면 피고인이 주도적으로 B씨에게 성행위를 시키는 장면이 확인된다"며 "피해자는 A씨가 주도한 일방적인 관계에 종속돼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피고인과 검찰은 쌍방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B씨를 살해할 목적이나 의도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살인죄와 특수상해죄를 경합범으로 본 원심의 판단에 오인이 있다고 보고 징역 15년으로 감형했다.
이후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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