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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만 넘자"던 '나는솔로'…인생·사랑·공감 다잡은 히트 예능으로 [N인터뷰]③

뉴스1

입력 2022.05.15 08:30

수정 2022.05.15 08:30

'나는 솔로' 남규홍 PD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나는 솔로' 남규홍 PD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나는 솔로' 남규홍 PD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나는 솔로' 남규홍 PD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안은재 기자 = "저희는 0.3%만 넘으면 생존할 거라 생각했어요."

SBS 플러스·ENA 플레이 리얼 데이팅 프로그램 '나는 솔로'의 초반 목표는 거창하지 않았다. 시청률 0.3%만 넘기자는 목표로 시작됐던 예능이었지만, 이젠 SBS 플러스, ENA 플레이 양사의 역대 최고 시청률 성적을 경신한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두 방송사 통합 시청률은 평균 3%대(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 기준)로, 20~40대 시청자들이 체감하는 화제성은 시청률 수치보다 높다.

'나는 솔로'는 지난해 7월 첫 방송을 시작해 어느덧 8기와의 방송을 앞두고 있다. 지난 11일 마무리된 7기 편에서는 또 한 편의 드라마 같은 극적인 러브스토리가 주목받았다. 40대 미혼 남녀들의 최종 선택에서 처음으로 단 한 커플도 성사되지 못했지만, 방송 출연 두달 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출연자 영호와 순자, 경수와 정숙이 커플이 됐다.


최근 뉴스1과 만난 남규홍 PD는 40대 출연자들과의 방송을 마무리한 소감에 대해 "7기가 애틋하다"면서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분들은 가치관이나 생각을 잘 안 바꾸는데 순자가 저렇게 바꾼 것도 대단했다"고 털어놨다. 커플이 맺어지는 최종 선택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도 말했지만, "두 달 사이에 많은 일이 벌어져 신기했다"는 고백도 전했다.

남규홍 PD는 '짝' '스트레인저'에 이어 '나는 솔로'까지, 연애 프로그램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그는 지난해 예능 흐름을 주도했던 일반인 데이팅 프로그램들 사이 '나는 솔로'가 롱런 중인 비결에 대해 "시즌제가 아닌 정규 방송의 힘"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성품이 아닌, 사람이 만든 것 같은 정이 간다"며 "피와 땀으로 한땀 한땀 만들어진 노동집약적인 프로그램"이라고도 했다.

남 PD의 분석처럼 '나는 솔로'가 이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기성품 같지 않은, 일반인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날것의 리얼리티가 주는 공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때때로 눈물과 함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출연자들에 시청자들이 이입할 수 있는 이유 또한 "인생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남 PD의 설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총 네 커플까지 결혼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더 있을까. 남규홍 PD를 만나 '나는 솔로'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N인터뷰】②에 이어>

-'나는 솔로'는 마니아층 시청자들이 많다.

▶프로그램을 잘 만들면 마니아층이 생긴다. 보통 공장 시스템으로 기성품처럼 만드는 데가 많다. 가공품 같은 물건들은 정이 안 간다. 사람이 만든 것 같은 것에는 정이 가는데 '나는 솔로'가 그런 프로그램이다. 노동집약적인 프로그램이라 피와 땀으로 한땀 한땀 만들어졌다. 마니아층은 그런 걸 보는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초심을 잃으면 팬들이 떠난다. 믿고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위해 노력하려 한다.

-일반인 데이팅 프로그램 중 가장 롱런하고 있다. '나는 솔로'가 기수를 거듭할수록 인기가 많아지는 비결은 무엇인가.

▶'살아남은 자가 승자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솔로'는 살아남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면 이길 수 있다. 스포츠도 그렇고 출전권을 따고 무대에 서면 기회가 온다. 하지만 살아남지 않으면 기회가 안 온다. 승부를 내면 강한 자가 이기게 돼 있다. 저희는 출전권이 주어진 후 방송사에 가서 편성권을 따고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전략으로 가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시즌제나 단기전이 많은데, 잊히는 프로그램도 많은 것 같다.

-시즌제를 고민해본 적은 없나.

▶시즌제는 매주 나가는 방송을 이길 수 없다. (시청자들은) 매주 나가는 방송에 더 중독되는데 중독되는 게 굉장히 무섭다. 매주 방송하는 프로그램은 바로 그때그때 반응을 수정할 수 있다. 시전제로 오게 되면 준비 기간이 있어서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해본 바로는 방송은 매주 하면서 충분히 (준비) 할 수 있는 것 같다. 저희는 매주 시청자들에게 인사드리는 데 익숙해졌고, 조금씩 꾸준히 다가가면 결국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모든 프로그램은 정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시청자에게 다가가면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정답을 찾아서 가장 통하는 방법으로 만들면 인기를 얻게 돼 있다. 저희도 더욱 노하우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프로그램 인기가 더욱 많아지면서 출연 요청도 훨씬 많아졌는지 궁금하다.

▶작가님들 메일에 들어온 요청서를 정리해서 미팅을 잡는다. 과거에 비하면 분명히 (신청자들이) 많아졌다. 저희는 양보다는 질이다. 출연자 선정이 70% 이상인 프로그램이라서 출연자 선정만 잘하면 저절로 굴러간다. 좋은 출연자들이 와야 하는데 그렇다고 기다리고만 있으면 안 온다. 그분들이 올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줘야 온다. '내가 이 프로그램에 나가는 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면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신뢰가 있으면 좋은 출연자들이 오게 돼 있다. 그러면 선순환이 이뤄진다. 출연자가 이 프로그램을 믿고, 출연하는 것을 즐거워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면 된다. 편집이 뭔가 잘못됐거나 악의적으로 연출하면 좋은 출연자들이 안 온다. 모든 게 같이 연관된 거다.

-앞서 캐스팅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우 일반인에게 직접 출연 요청을 하기도 하는데. '나는 솔로'도 그렇게 캐스팅하는 경우도 있나.

▶현재 그런 방식으로는 캐스팅하고 있지 않다. 개인적으로 작가님들이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 생각으로는 적합한 출연자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가 많다고 하면 출연 목적이 홍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 다른 사람의 출연에 동기 유발이 되는 좋은 출연자를 섭외하고자 한다.

-출연자들이 촬영을 하다 보면 눈물 인터뷰를 하기도 하는데 현장에 있는 제작진은 출연자 감정선에 공감이 되나.

▶촬영하다 보면 팍 터지는 감정이 생긴다. 인터뷰 시간이 되면 속에 있는 말을 털어놓고 자기 인생을 담다 보면 눈물 포인트가 생길 수 있다. 의외로 눈물 흘리는 분들이 많은데 단순히 그날그날 계기에 의해서 단판 승부로 짝을 찾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 속에 자신의 인생이 그대로 담겨있다. 하루라는 시간 안에 자신의 인생이 그대로 담기면서 저녁이 되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다 눈물을 흘리게 된다. '나는 솔로'에 인생이 보이는 포인트들이 많다.

-일반인 출연자들이 카메라 앞에서 꽤나 자연스럽다. 카메라를 어려워하지 않았는지.

▶사실 처음부터 어설프거나 서투른데 그게 일반인이다 보니까 예쁘게 보이는 거다. 카메라 앞에 서봤던 경험이 있는 모습보다 날것, 순수한 모습 그대로 서는 게 보기가 좋더라. 이분들이 위안을 삼는 부분은 자기와 똑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11명 있다는 점이다. 똑같은 처지의 11명이 있으니까 의지가 많이 되다 보니 카메라 앞에 서는 게 굉장히 빠르게 익숙해지고 굉장히 빨리 적응이 된다. 그러다 카메라가 있는지 모르고 자연스럽게 임하더라. 하루 정도는 낯설 수 있는데 금방금방 적응해서 카메라를 잊고 산다.

-'나는 솔로'를 보고 MT처럼 재밌어 보여서 출연하고 싶다는 반응도 많다. 기수끼리 끈끈한 모습도 보기가 좋더라. 출연 이후에도 출연자의 근황이나 소식을 많이 공유받는가.

▶그분들이 촬영 이후에 만나는 것은 사생활이다. 터치 안 한다. 방송 관련 내용이나 조심해야 할 것들, 스포일러와 관련한 것에서만 주의를 준다. 이외에 개인적인 활동이든 자기들끼리 교제를 하는 것은 뭐라 할 권한은 없다. 그분들은 촬영이 끝나면 엄청난 이야깃거리가 생겼고 공통된 화제가 생기다 보니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끈끈해져 있다. '짝'을 할 때는 한 달 내내 모인다는 소리도 들었다.(웃음) 끈끈한 기수들은 그런다. 누구는 사랑을 얻어가고 누구는 우정을 얻어간다. 6기의 경우엔 커플이 많이 나와서 돈독해졌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편집에서도 고민이 클 것 같다.

▶편집에서 실수를 했거나 잘못했다 싶으면 반영해야 하는데 방송 특성상 디테일하게 모든 것이 미주알고주알 들어갈 수 없어 분량이 줄어들 때는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시청자 입장에선 사소한 장면도 해부하기 때문에 제작진의 의도보다 확대 해석되거나 잘못 전달되는 케이스들도 있어서 적절한 편집과 톤 조절이 필요하다. 편집 원칙은 '공정하게 하자, 정직하게 하자'다. 일부만 보고 해석하는 거나 잘못 보는 것은 거르면 되고, 대다수 방송을 보는 사람들의 상식선에서 용납되면 된다. 물론 문제의 경중 차이도 있다. 출연자 비중이 크면 디테일하게 나간다. 단편적으로 나가면 오해를 낳을 수 있어서 사후에 수정할 때도 많다.

-결혼 커플이 유독 많이 나오는 이유는 뭐라 생각하나.

▶배고픈 사람, 목마른 자들을 많이 출연시키기 때문이 아닐까.(웃음) 결혼이 절실한 분들이 또 중요한 출연 조건이다.

-기수가 거듭될수록 프로그램 인기도 많아지는데 흥행 부담도 크진 않은지.

▶그런 면에서 둔한 편이다. 부담감을 전혀 안 느낀다. 그런 부분은 초월했다.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그냥 계획대로 하고 있다. 저는 즐겁게 방송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잘 안됐다고 하면 그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 조금 더 고민해서 만들면 되는 거지, 계속 힘주다 보면 구멍이 난다. 차도 계속 질주하면 퍼진다. 절대 과속을 안 하려고 한다. 그러다가는 사고가 난다. 프로그램은 항상 일반 상식선에서 만들고 굉장히 주도면밀하되 안전하게 만들면 된다. 그래서 가장 신경 쓰는 것도 안전이다. 스태프, 출연자 안전이 최우선이지 시청률이 우선은 아니다.

-각 방송사 최고 시청률도 경신했다.

▶저희는 0.3%만 넘으면 생존할 거라 생각했다. '스트레인저'도 몇 회 방송 만에 목표치는 이뤘다. 터무니없이 '시청률 10%를 넘어야 해'는 아니었다. 합리적으로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선에서 목표를 정해서 간다.

-제작진 입장에서 가장 재밌었던 기수나 기억에 남는 출연자가 있는지.

▶항상 제일 고마운 분들은 프로그램을 열어준 첫 번째 출연자들이다. 1기 출연자들에게 신경을 가장 많이 써서 기억에 남는다. 6기 출연자도 굉장히 잘 해줘서 고맙다. 또 최근에 끝낸 기수들도 많이 기억에 남는다.

-7기 방송을 마친 후 '철벽남녀' '일자쇄골' '태평양 어깨'의 출연자를 찾는다는 자막이 있었다. 어떤 특집을 구상하고 있는지.

▶태평양에 돌 하나 던진 것 같은 느낌으로 봐달라.(웃음) 구체적으로 어떤 특징, 특이한 말을 하면 ‘TV에서 나를 왜 찾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때는 굉장히 구체적으로 콕 집어서 '177.7cm인 사람을 찾습니다'라고 하면 거기에 맞는 사람이 신청하게 돼 있다. 카피라고 생각해주시면 된다. 그런 사람이 모이면 또 하나의 특집이 되기도 한다.


-8기 관전 포인트를 말해준다면.

▶8기는 '평균만 하자' 그렇게 하고 있다. '옥순에게 또 남자들이 빠질까'도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빠져도 재밌고 안 빠져도 재밌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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