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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출제 오류…대법 "국가배상책임 없어"

뉴스1

입력 2022.05.15 09:00

수정 2022.05.15 09:00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본관. 2014.11.17./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본관. 2014.11.17./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나온 세계지리 8번 문항 복수정답 인정 처리와 관련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정답 오류를 인정했더라도 구제조치를 시행했다면 국가가 배상책임까지 질 필요는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014학년도 수능 응시생 94명이 평가원과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에 응시한 수험생 중 일부는 8번 문항의 지문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아 틀린 지문이라는 이유로 정답 이의신청을 했다.

평가원이 2013년 11월 이의심사실무위원회 등을 개최해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결정하자 수험생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수능정답결정 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1심은 청구를 기각했지만 항소심은 평가원의 정답 결정에 재량권 범위의 일탈·남용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평가원이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교육부와 평가원은 2014년 10월 항소심 판결 결과를 수용해 세계지리 성적을 다시 산정해 피해 학생을 구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대학별로 세계지리 성적이 변경된 학생의 전형 결과를 반영해 633명이 추가합격할 수 있게 조치했다.


이후 일부 응시생이 평가원과 국가가 출제 오류를 인식하고도 인정하지 않고 버티다 1년이 지나서야 오류를 인정하는 등 위법행위를 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행정소송의 항소심에서 출제 오류가 인정됐다"면서도 "문제의 출제 및 정답 결정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할 정도로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모든 수험생의 세계지리 성적을 재산정하는 등 적극적인 후속조치를 취한 점을 고려할 때 평가원이 사후 구제절차를 위법하게 지연했다고 볼 수 없다"며 수험생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평가원이 부적절한 문제가 출제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고 이의가 신청됐다면 받아들여 시정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행하지 않아 정신적 손해를 입혔다"며 수험생 94명에게 각각 200만~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과 2심의 판단이 갈린 상황에서 쟁점은 평가원과 국가의 구제조치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수능시험 출제과정과 정답오류 인정 이후 구제과정 등에 비춰볼 때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만큼 객관적 정당성을 잃을 정도에 이른 위법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어떠한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되더라도 곧바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없다"며 "해당 시험이 사회적 제도로서 공익성을 가지는지, 시험문제 출제와 정답결정에 관한 절차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정답 결정의 오류가 사후 정정됐는지, 적절한 구제조치가 이뤄졌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문제 출제부터 응시생 구제조치에 이르기까지 평가원과 국가의 행위가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만큼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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